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몸값 총액이 '50만 달러(약 6억 5500만원)' 불과했던 앤더슨 프랑코가 그리울 정도다.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야구를 꿈꿨다면, DJ 피터스보다는 글렌 스파크맨을 더 일찍 교체해야 하지 않았을까.
롯데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시즌 11차전 홈 맞대결에서 0-23으로 완패했다. 문자 그대로 '대참사'였다. KBO리그 40년 역사에도 없는 한 경기 최다 점수차 불명예 신기록을 작성했다.
역대급 참사의 시발점은 스파크맨이었다. 스파크맨은 3이닝 동안 투구수 73구, 9피안타 1볼넷 5탈삼진 6실점(6자책)으로 무너졌다. 선발 투수로서 몫을 해내지 못했다. 문제는 부진이 단 한 경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롯데는 올 시즌에 앞서 총액 80만 달러(연봉 50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에 스파크맨을 영입했다. 찰리 반즈(총액 61만 달러)보다 더 많은 금액을 안겼던 만큼 롯데 내부에서는 스파크맨이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완전히 잘못된 예상이었다.
반즈는 4월에만 무려 5승을 쓸어 담으며 '폭주'했다. 반면 스파크맨은 코로나19로 인해 입국 일정이 지연, 스프링캠프 기간 중 옆구리 부상을 당해 개막 엔트리에도 승선하지 못했다. 스파크맨은 개막 후 6경기에서는 제로퀵(0이닝 강판)을 포함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7.65로 허덕였다.
부진의 이유도 다양했다. 옆구리 부상의 여파로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꽃가루 알레르기 등으로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것이 스파크맨과 롯데 구단의 설명이었다. 극심한 부진과 함께 스파크맨의 교체설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롯데는 스파크맨이 궤도에 올라올 때까지 조금 더 믿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스파크맨은 시즌 7번째 등판에서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 기복은 있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전반기를 4연승으로 마치면서 5위 KIA와 간격을 4경기로 좁혔고,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가을 무대를 밟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결정. 하지만 피터스의 부진에 숨어있던 스파크맨의 본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제로퀵의 충격에 이어 또다시 6실점 경기를 치렀다. 마치 사인을 모두 간파당한 것처럼 KIA 타선을 상대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뭇매를 맞았다.
선발 투수가 예상치도 못하게 두들겨 맞는 상황에서 롯데 벤치는 손을 쓸 수도 없었다.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경기를 풀어가기 위해 어리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안겼던 것이 더 많은 실점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0-23이라는 KBO 최초의 불명예 기록으로 이어지게 됐다.
차라리 지난해 몸담았던 총액 50만 달러에 불과한 앤더슨 프랑코가 그리울 정도다. 프랑코는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서 9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는데, 스파크맨은 지금의 페이스라면 총 3승밖에 얻지 못할 상황이다. 물론 승리가 원하는 대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이 비슷하다면 팀에 최대한 많은 승리를 안기는 투수가 차라리 낫다.
올해 외국인 시장 상황이 썩 좋지 못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많은 구단들이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나가 있지만, 이렇다 할 인물들이 없다. 그렇다고 5강 경쟁을 위해 외국인 타자를 교체한 시점에서 스파크맨이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5위 KIA와 7경기 차까지 벌어졌지만, 롯데가 진짜 5강 경쟁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하루빨리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롯데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 자이언츠 글렌 스파크맨.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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