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7이닝 노히트 무실점, KBO리그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이었다. 하지만 추신수와의 맞대결에서 완전히 질려버렸다.
두산 베어스 선발투수 로버트 스탁이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9차전 홈 맞대결에서 7이닝 무피안타 6볼넷 5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KBO리그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로 볼넷은 다소 많았지만 최고구속 158km 직구로 SSG 강타선을 구위로 압도했다. 하지만 추신수와의 대결은 달랐다.
1회 시작하자마자 SSG 리드오프 추신수를 만났다. 추신수는 선구안이 장점인 타자다. 팀의 1번 타자로 출전해 볼을 끝까지 보며 득점의 발판을 마련하는 볼넷을 자주 얻는다. 이날도 이런 자신의 눈야구로 스탁을 괴롭혔다.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 파울로 걷어내고 유인구는 속지 않으며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에 성공했다.
선발투수 입장에서 첫 타자부터 기분 나쁜 출발이었다. 추신수가 볼넷으로 걸어나가는 순간 스탁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자신의 표정을 숨겼다. 평정심을 찾기 위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과 같은 동작이었다.
하지만 추신수는 한 수 위였다. 1루로 걸어나가는 그 짧은 순간 흔들리는 스탁을 발견했고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후속 타자 최지훈에게 초구를 던지는 순간 거침없이 2루로 뛰었고 도루에 성공했다. 두산 배터리는 당황의 연속이었다. 스탁의 구위가 워낙 좋아서 실점하지는 않았지만 추신수와의 승부 때문에 힘겨운 출발이었다.
그리고 3회 1사 1루서 추신수를 다시 만났다. 투스트라이크 원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 추신수는 정말 끈질겼다. 156km의 직구는 파울로 걷어내고 139km의 포크볼은 참으며 풀카운트까지 승부를 몰고 갔다. 10구째 140km 슬라이더 유인구까지 참아내며 끝내 볼넷을 얻어 다시 한번 더 걸어 나갔다. 이번에는 박세혁 포수가 포수 마스크를 벗고 땀을 닦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스탁과 박세혁 모두 추신수의 시선을 피하며 힘들어했다. 두산 배터리는 추신수 한 명의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두 타석만에 19개의 공을 던졌다. 이날 스탁은 7이닝 동안 103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만약 추신수와 대결에서 투구수를 줄였다면 소화 이닝은 늘어났을 것이고 불펜이 약한 두산에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추신수의 보이는 않는 팀 공헌도다. 추신수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이 확실하다. 동체 시력도 뛰어나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출루율 0.377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그의 '눈 야구'는 KBO리그에서도 통하고 있다. 25일 현재 57개의 볼넷으로 이 부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출루율도 0.405로 5위다.
상대팀 배터리를 질리게 하는 추신수의 '눈야구'는 SSG의 1위 질주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두 타석만에 19개의 공을 던지게 한 SSG 추신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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