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저건 포크볼을 노리고 쳤어요.”
KIA는 8~9일 선두 SSG와의 원정 2연전서 무려 25득점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화끈한 장면은 역시 8일 경기 9회초에 터진 ‘나스타’ 나성범의 중월 그랜드슬램이었다. 나성범은 5-2로 앞선 2사 만루서 SSG 서진용의 가운데에서 약간 바깥으로 빠지는 초구 포크볼을 통타했다. KIA의 쾌승을 확정하는 한 방이었다.
그러자 경기를 중계한 KBSN 스포츠 박용택 해설위원은 “나성범은 확실하게 포크볼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왔네요. 완벽한 타이밍으로 그랜드슬램을 만들어내네요. 노리지 않고 저 정도 코스의 포크볼을 저런 타이밍에 치긴 어렵다”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타자는 패스트볼을 노리고 타격에 임한다. 그리고 패스트볼보다 살짝 늦게 들어오는 변화구에 반 타이밍을 늦춰 대응한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추면 그보다 빠른 패스트볼 대응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타자가 변화구를 노릴 때도 있다. 패스트볼은 버린다고 생각하고 투수의 변화구 궤적을 미리 파악한 뒤 대응을 준비한다. 이럴 경우 변화구 공략을 좀 더 확실하게, 자신의 타격 밸런스대로 힘 있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박 위원의 논리는, 나성범이 초구 포크볼을 완벽한 타이밍에 힘 있게 가격, 가운데 담장을 넘길 정도면 처음부터 패스트볼에 루킹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는 걸 감수하고 포크볼을 노렸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서진용의 주무기가 포크볼이며, 최근 서진용은 전반적으로 패스트볼 제구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결국 마무리 보직에서도 밀려난 상태다.
그런데 경기 후 해당 방송사의 인터뷰에 응한 나성범의 반응은 박 위원의 설명과 180도 달랐다. 나성범은 이 방송사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인터뷰서 포크볼이 아닌 패스트볼을 노리고 들어갔고, 밀리는 듯한 느낌으로 쳐서 홈런이 됐다고 했다.
흥미로운 건 박 위원이 9일 경기, 1회초 1사 1루서 맞이한 나성범의 첫 타석에서 ‘거짓말 인터뷰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박 위원은 익살스러운 톤으로 “어제 경기 나성범의 그랜드슬램은 분명히 노린 거거든요. 인터뷰에서 거짓말한 것일 거예요. 사실 저런 거짓말 인터뷰를 많이 하거든요”라고 했다.
권성욱 캐스터가 껄껄 웃자 박 위원은 “노렸다고 하면 그 다음 그런 상황에서 다른 팀에 전력 노출이 될 수 있다. 수 싸움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심지어 “나는 현역 시절에 홈런을 친 뒤 단 한번도 노렸다고 인터뷰한 적이 없다. 그러나 가끔 노렸다”라고 했다. 박 위원의 익살스러운 코멘트에 실시간 생중계 댓글에도 웃음이 넘쳤다.
진실은 당연히(?) 나성범만이 안다. 분명한 건 박 위원은 박 위원대로 합리적인 의심이었으며, 나성범은 별명대로 ‘나스타’했다는 점이다. 나성범의 인터뷰가 사실이라면 나성범의 순간적인 대응능력과 파워가 리그 최상위급이라는 의미다. 밀리는 느낌으로 쳤는데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건 SSG랜더스필드가 아무리 타자친화적 구장이라고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대로 박 위원의 의심대로 거짓말이었다면 나성범은 ‘게스 히팅’조차도 탁월하다고 봐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성범의 그랜드슬램은 장관이었다. 결정적 순간에 폭발하는 방망이를 보면 왜 그가 6년 동안 150억원을 수령하는지 알 수 있다. 나스타는 SSG와의 2연전서 그랜드슬램 한 방 포함 4안타 6타점 3득점으로 ‘나스타’했다.
[나성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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