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윗 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한국 문화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이다.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앞서 키움 푸이그와 두산 페르난데스가 만났다.
두 선수는 쿠바 출신으로 한국에 오기 전부터 절친이었다. 1988년생 페르난데스가 1990년생 푸이그보다 2살 많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전 쿠바리그에서 함께 뛰었고, 2017년 LA 다저스에서도 함께했다. 푸이그가 KBO리그에 진출한 뒤로는 평소에도 서로 편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이다.
푸이그는 훈련이 시작되기 전 1루 두산 더그아웃으로 찾아와 페르난데스와 인사했다.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던 중 푸이그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라운드로 뛰어갔다. 3루 더그아웃 앞에 키움 코칭 스태프들이 훈련을 준비하는 모습을 본 푸이그가 황급히 달려갔던 것이다. 예의를 중요시 여기는 한국 문화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이다. 달라진 푸이그를 본 페르난데스도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푸이그는 과거 메이저리그 시절 악동으로 유명했다. 메이저리그 시절 구설수가 많았던 푸이그가 키움과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당시 푸이그는 타석에서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배트를 던지며 쉽게 흥분했었고, 타격 후에는 1루로 열심히 뛰지 않는 모습과 상대팀 감독의 항의 제스처를 따라 하는 등 성숙하지 않은 자세로 논란의 중심이었다. 그라운드에서의 돌발행동이 잦았고 여러 차례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하는 사고뭉치였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조금씩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실하게 훈련하며 팀에 녹아들었고 타석에서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산책 주루로 홍원기 감독에게 주의를 받은 뒤로는 내야 땅볼을 친 뒤에도 전력질주하는 모습이다. 타구를 미리 판단하며 주루를 포기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전반기 푸이그는 방출 후보였다. 지난 5월에는 1할대 타율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적응을 마친 후반기부터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었다. 지금은 이정후급 활약을 펼치며 키움 타선을 이끌고 있다.
한국 문화에 적응을 마친 뒤로는 메이저리그 시절과는 다른 사람이 됐다. 코칭 스태프에게 지적을 당하면 수용하고 바꾸려 노력한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경기장에서 보여줬다.
항상 팀 퍼스트를 강조하며 더그아웃에는 파이팅을 불어넣고 젊은 선수들에게 행동으로 메시지를 심어준 그는 이제 키움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가 되었다. 성숙해진 푸이그가 가을야구 때 키움을 얼마나 높은 위치까지 올려 놓을지 궁금해진다.
[한국 문화에 적응한 푸이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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