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동원이가 홈런을 쳤지만 기훈이 때문에 이긴 거예요.”
KIA는 7일 광주 KT전을 대승으로 장식하며 4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후 만난 장정석 단장은 후련한 표정이었다. 단장 부임하자마자 5강에 갔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김종국 감독과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실 6일 광주 LG전 승리로 5강행 9부 능선을 넘어선 게 결정적이었다. LG는 2위를 확정한 상황이라 5~6일 광주 원정에서 1.5군급 전력으로 임했다. 그럼에도 KIA는 5일 경기를 내줬다. 6일에도 8회초까지 2-3으로 끌려갔다. 그 경기마저 내줬다면 KT와의 최종 2연전을 모두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안을 뻔했다.
당시 김종국 감독은 뒤진 상황서도 필승조를 가동했다. 1점 뒤진 8회초 위기를 마무리 정해영이 넘겼다. 그러자 박동원이 8회말에 극적인 역전 결승 투런포를 터트렸다. 이 한 방으로 박동원 트레이드는 본전을 뽑은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장 단장은 “어제 동원이가 홈런을 쳤지만, 사실 (김)기훈이 때문에 이건 거예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잘 해줬다”라고 했다. 이 말은 사실이다. 김기훈은 그날 선발 임기영이 1⅔이닝만에 4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2실점하고 물러난 뒤 마운드를 이어 받아 3⅓이닝 2피안타 3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선발 임기영이 1회 시작하자마자 연속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2회에 또 흔들리자 김 감독은 과감하게 내렸다. 실제 김기훈이 경기중반까지 추가점을 내주지 않고 버티면서 경기흐름이 팽팽해졌다. 김기훈마저 실점했다면 박동원의 투런포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알고 보면 김기훈이 시즌 막판 KIA 불펜에 큰 보탬이 됐다. 장현식과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승리공식이 확고했지만, 전상현은 시즌 막판까지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트리플J(장현식~전상현~정해영)가 한꺼번에 이탈한 시기에 맹활약한 이준영과 김재열도 시즌 막판 기복이 심했다.
이런 상황서 시즌 막판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기훈이 김 감독의 불펜 운용에 큰 도움이 됐다. 김기훈은 상무에서 올 시즌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했다. 16경기서 6승2패 평균자책점 2.95.
선발을 해왔으니 불펜은 큰 어려움 없이 적응했다. 그래서 짧은 이닝은 물론이고, 긴 이닝 소화도 가능하다. 시즌 막판 5경기에 등판, 8⅔이닝 4피안타 9탈삼진 7볼넷 1실점. 볼넷이 많지만 평균자책점 1.04.
2019년 입단 후 2년간 합계 131⅓이닝을 던지면서 무려 107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다. 탈삼진은 단 88개. 여전히 제구 이슈가 완벽히 해결된 건 아니다. 그러나 상무에서 이 문제를 상당히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2020년 139.2km서 올 시즌 144.6km로 향상됐다. 불펜에서 전력 투구한 결과라고 해도 고무적이다.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거의 던지지 않던 커브도 종종 섞어 타이밍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단 5경기였지만 강렬한 임팩트였다.
김종국 감독은 “기훈이는 선발도 중간도 가능하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활용할 것이다. 포스트시즌서 경험을 쌓으면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이)의리도 도쿄올림픽에 다녀온 뒤 좋아졌다. 젊은 선수들은 큰 경기 경험을 쌓으면 확실히 좋아진다”라고 했다. 김기훈이 포스트시즌서도 불펜 비밀병기가 될 조짐이다.
[김기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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