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다가올 3월에 열릴 WBC.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투수만 15명이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대회이니 선발과 중간, 마무리의 구분이 사라질 전망이다. KBO와 대표팀 기술위원회가 이강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건 이 감독이 현역 최고 명장이면서 마운드 운영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15명의 투수 중 선발자원이 차고 넘친다. 그렇다고 해도 마운드와 덕아웃에서 중심을 잡을 선수는 역시 광현종(김광현, 양현종)이다. 김광현은 2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자마자 KBO리그에서도 최정상급 투수로 돌아오며 이름값을 했다. 양현종은 최근 2~3년 성적은 최상위급이 아니었다. 그러나 풍부한 국가대표 경력을 간과할 수 없었다. 여전히 두 사람 만한 믿을맨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한국야구가 언제까지 광현종에게 의지할 수 없다. 정황상 이번 WBC를 끝으로 두 사람의 태극마크 커리어도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이번 WBC가 끝나면 다음 굵직한 국제대회가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
프리미어12는 올해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혹은 2025년 개최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 올림픽 예선 격으로 치러졌던 만큼, 야구가 올림픽에서 개최되는 2028 LA올림픽에 맞춰 개최 시기를 잡을 수도 있다.
현재 업계 정서상 광현종이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차출될 가능성은 없다. 11월 APBC 역시 광현종과 관련 없는 대회다. 2024 파리올림픽에선 야구가 열리지 않는다. 다음 WBC는 2027년이다. 1988년생, 35세 동갑내기에게 여러모로 이번 WBC가 마지막 태극마크일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KBO리그에 광현종의 후계자들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학폭 이슈가 있는 안우진(키움)을 제외하더라도 지켜볼만한 투수가 많다. 우선 이번 대표팀의 구창모(NC)가 직통 후계자로 꼽힌다. 이의리(KIA), 김윤식(LG)도 미래가 밝은 좌완 선발투수들이다. 우완으로는 소형준(KT), 원태인(삼성), 박세웅(롯데), 곽빈(두산)이 있다. KBO리그 최고 사이드암 고영표(KT)는 향후 수년간 국제대회서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커리어와 현 주소를 감안하면 광현종보다 부족한 부분들이 보인다. 그러나 재능과 장래성을 보면 광현종 이상으로 평가받는 투수들도 있다. 광현종도 2000년대 중, 후반부터 꾸준히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한 측면이 크다. 부작용을 우려해 대표팀 선발을 주저하기만 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김광현만 해도 2009년 WBC 1라운드 일본과의 첫 경기를 완전히 망치며 콜드게임 패배를 제공한 뒤 다시 나아갈 기회를 잡았다.
엄밀히 볼 때 국가대표팀에 은퇴는 없다. 종목을 불문하고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 태극마크를 다는 게 선수의 올바른 자세다. 예전보다 내셔널리즘이 약화됐다고 해도 태극마크의 가치까지 떨어진 건 아니다. 지금도 태극마크를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가 많다. 대표팀 선발은 실리와 명분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측면을 볼 때 광현종의 ‘마지막 국대’ 시기를 잘 잡는 건 한국야구의 중요한 숙제다. 어쩌면 이번 WBC가 한국야구의 변곡점을 찍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다. 광현종의 존재감도 여전하고, 후배들도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번 WBC는 이런 의미도 있다. 한국야구는 15년간 대표팀에서 헌신한 광현종을 아름답게 보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광현종의 국가대표팀 활약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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