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정후(키움)는 2022년 2월1일, 고흥 스프링캠프 첫 날에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라고 했다. 당시 기자가 직접 질문했는데, 이정후가 매우 구체적으로 얘기해 놀라웠다.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가 몸 담았던 일본프로야구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한다고 확실하게 얘기했다.
그런데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도전 결심은,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다. 이정후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에서 가진 스프링캠프 인터뷰서 “미국에 대한 꿈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최고가 되지 않았는데”라고 했다.
2020시즌의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이정후는 2017년 데뷔 후 꾸준히 성장했지만, 확실하게 리그 탑 오브 탑 플레이어로 꼽히지는 않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이정후보다 먼저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도전 및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사람이 있었다.
‘악마의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스캇 보라스다. 놀랍게도 보라스가 직접 이정후에게 줌 미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혹(?)을 했다고 한다. 보라스는 선수들에겐 ‘천사의 에이전트’다. 특히 몸값을 높이는 기술, 선수에 대한 세일즈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A급 선수를 S급으로 만드는 역량이 상당히 뛰어나다. 당연히 아무에게나 접근하지 않는다.
보라스는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과거 박찬호와 추신수, 류현진의 에이전트이기도 했다. 2001-2002 FA 시장에서 박찬호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5년 6500만달러 계약, 2012-2013 FA 시장에서 류현진과 LA 다저스의 6년 3600만달러 계약, 2013-2014 FA 시장에서 추신수와 텍사스의 7년 1억3000만달러 계약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심준석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입단 계약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즉, 보라스로선 그만큼 이정후가 대박이 가능하다는, 일종의 냄새를 맡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게 보라스는 지난 2~3년간 이정후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 꾸준히 이정후와 접촉했고, 최근 미국 에이전트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정후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좀 받았다. 부모님이 많이 지지해줬고 잘 맞았다. 2020년에 처음으로 줌으로 미팅을 했다. 그땐 미국에 대한 꿈이 없었다. 한국에서 최고가 못 됐는데 무슨 메이저리그냐. 그런데 그 분(보라스)은 그때부터 연락을 계속 줬다. 안 한다고 했는데 꾸준히 연락해줬다”라고 했다.
결국 이정후는 보라스의 언변에 넘어갔다(?).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에이전시 계약을 할 때, 보라스가 이정후를 껴안아줬다. 이정후는 “보자마자 안아줬다. 대화를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해주더라. 계속 줌 미팅을 통해 만나다 직접 처음으로 봤다. 인상은 그냥 할아버지였다”라고 했다.
이정후도 박찬호, 류현진, 추신수의 대박 계약을 기억한다. “류현진 선배님이 다저스에 갈 때가 기억 난다. 최고의 에이전트 아닌가.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제 계약을 했으니 야구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정후가 야구에만 집중하도록 이정후와 줌 미팅 등 직접적인 접촉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시즌 중에는 국내 소속사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포스팅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올 시즌 타격폼을 바꿔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정후. 사진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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