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아무 생각 없이 휘두르자'고 생각했다"
일본 '풀카운트'은 4일(한국시각)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 'BK' 김병현을 상대로 결승 투런포를 터뜨렸던 후쿠도메 코스케의 인터뷰를 전했다.
'풀카운트'에 따르면 후쿠도메는 2006년 WBC에 출전할 마음이 없었다. 2005시즌이 끝난 뒤 본격 타격폼 수정을 하고 있었던 까닭. 베스트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 일본 WBC 감독의 구애 속 후쿠도메는 WBC 출전을 결심하게 됐다.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후쿠도메는 2006 WBC에서 한국 대표팀과 준결승 맞대결을 갖기 전까지 6경기에서 19타수 2안타 타율 0.105로 허덕였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후쿠도메는 일본으로 귀국 후의 상황을 머리에 그리고 있었다. 후쿠도메는 "일본으로 돌아가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연습에만 매달렸다"고 당시를 돌이켜봤다.
후쿠도메의 연이은 부진 속에 일본은 2라운드에서 2패를 당했고, 준결승 진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졌다. 하지만 미국이 뜻밖의 패배를 당했고, 일본은 가까스로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었던 후쿠도메는 한국과 준결승전에서는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후쿠도메는 단 한 방으로 '영웅'이 됐다. 후쿠도메는 한국과 준결승전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7회 1사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오 사다하루 감독은 부진에 빠진 후쿠도메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그를 찾아 "중요한 상황에서 대타로 나갈 것"이라고 귀띔했고, 이를 실행으로 옮겼다.
후쿠도메는 김병현과 맞대결에서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형성된 88마일(약 141.6km) 볼을 힘껏 잡아당겼고, 우월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후쿠도메는 "김병현의 공이 빨라 보이는 듯했으나, 의외로 냉정하게 보였다"며 "타격 폼에 신경을 쓰니 방망이가 나가지 않더라. 어떠한 코스, 구종도 상관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휘두르자'고 생각하고 공을 쳤다"고 회상했다.일본은 7회에만 5점을 뽑아냈고, 결승 무대를 밟았다. 기세를 탄 일본은 결승전에서 쿠바까지 연달아 잡아내며 제1회 WBC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일본이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힘을 보탠 후쿠도메는 "경기에서 졌을 때는 '대표팀으로 왔는데, 내가 무엇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하게 느꼈다"고 1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생생한 소감을 밝혔다.
후쿠도메는 2006년 WBC의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도 밟는 등 일본프로야구 통산 2023경기에서 1952안타 285홈런 1078타점 1040득점 타율 0.286 OPS 0.865,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 동안 596경기에 나서 498안타 42홈런 195타점 264득점 타율 0.258 OPS 0.754의 성적을 남기고 지난 9월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2006 WBC 당시 후쿠도메 코스케와 김병현.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