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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오는 24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평균 20만t씩 더 사들이게 될 쌀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한 방안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의무 수매한 쌀은 정부 창고에서 수년을 지내다가 막걸리 제조 등 주정용 용도로 헐값에 팔릴 가능성이 크다. 법 개정으로 배정될 연평균 1조원의 쌀 수매 예산이 전통주를 만드는 예산으로 둔갑하게 되는 꼴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법안을 밀어붙인 야당은 정책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는 이미 사들이고 있는 쌀 물량조차 사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미 연평균 40만t 정도 햅쌀을 매입하고 있다.
이 중 17만t은 저소득층 지원 등의 용도로 쓰인다. 나머지 23만t은 주로 쌀과자 제품 등 가공용 수요로 돌리고 있다. 가공용 수요로 돌린 뒤에도 수매한 쌀이 남을 경우에는 정부가 보관하는 수밖에 없다. 이 쌀은 보통 3년 정도 보관한 뒤에 막걸리 등 전통주를 만들 때 쓰는 주정용으로 팔려나간다.
양곡관리법이 개정되면 정부는 지금 사들이고 있는 물량보다 더 많은 양을 사들여야만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22~2030년 동안 연평균 20만1000t의 과잉공급된 쌀을 사야만 한다. 수요처가 없는 이 쌀은 ‘3년 보관 후 주정용 판매’를 반복하게 될 공산이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정용은 정부가 산 가격 대비 17% 정도 가격으로 팔려나간다. 1억원에 샀다면 1700만원 정도 헐값에 파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양곡관리법이 농업인 소득 안정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농촌경제연구원 계산대로라면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연평균 9666억원의 추가 수매 예산이 필요해진다.
17% 수준이라는 주정용 쌀 매수 가격을 생각하면 이 예산 중 83%인 8023억원은 사실상 주정용 쌀 공급을 위한 예산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올해 정부가 배정한 전통주 진흥 예산(31억1000만원)의 258배나 되는 금액이기도 하다.
예산 추계 추이를 보면 향후 들어가는 예산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영한 예산은 2023년만 해도 5198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2030년이 되면 1조3870억원까지 늘어난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제도가) 고착화하면 2조원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농업인 소득이 안정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구체적 수치가 없고 농민단체들조차 이에 대한 의견이 정반대로 나뉜다.
연평균 1조원 가까운 예산이 ‘사회적 실험’ 예산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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