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사사키 로키(21, 치바롯데 마린스)는 일본프로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패스트볼과 포크볼에 의존하지만, 그 단순한 조합에 일본 타자들이 무릎을 꿇는다.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150km 후반에서 160km대 초반의 패스트볼에, 150km 내외의 포크볼.
사사키는 일본대표팀 일원으로 WBC를 준비 중이다. 11일 체코전 선발등판이 예상된다. 지난 2월25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연습경기서 무려 169km라는 패스트볼을 찍어 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중계방송 화면의 오류였다. 일본대표팀이 일본 언론에 전한 그날 최고구속은 162km였다. 개인 최고 164km를 넘기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4일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연습경기서 실제로 개인 최고구속을 경신했다. 심지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찍은 구속과 같았다. 165km.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투수의 역대 최고 구속이다.
물론 연습경기라서 ‘비공인’ 최고 타이기록 정도로 여겨질 듯하다. 어쨌든 일본 야구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역시 강속구 투수의 스피드 전쟁은, 야구 팬들의 시선을 가장 확실하게 사로잡는 컨텐츠 중 하나다. 사사키가 WBC서 165km를 넘길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KBO리그에도 최근 150km 초~중반을 쉽게 찍는 투수가 속속 등장한다. 그러나 160km은 여전히 ‘통곡의 벽’으로 통한다. 과거 엄정욱이 160km대 초반까지 찍은 뒤,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 원인에 대해 투수들의 육성 및 관리법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2022시즌 KBO리그에도 160km 투수가 있었다. 현재 KBO리그 최고 에이스 안우진(24, 키움)이다. 안우진은 6월23일 대구 삼성전, 8회말 1사 1,3루 위기서 김현준을 상대로 구사한 2구가 160km였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전광판에 160km이 찍히자, 순간적으로 대다수 관중이 술렁거렸다.
물론 삼성의 트랙맨 집계로는 159.3km였다. 때문에 엄격하게 얘기하면 안우진이 작년에 160km를 찍은 적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160km에 가장 가까운 투수는 안우진이다. 당시 97구째였다. 그만큼 스태미너가 남다르다.
과거 커맨드, 변화구 품질이 기대 이하였지만, 이젠 그마저도 리그 톱클래스로 올라섰다. 경기운영능력, 완급조절에도 눈을 뜨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학폭 이슈 탓에 WBC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지만, 오히려 올 시즌 준비에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작년에 그 누구보다 피로도가 높았고, 3월 WBC는 투수의 루틴 및 피로도 측면에선 달갑지 않은 대회인 건 사실이다.
기자가 2월 초~중순 약 3주간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구단들을 취재했을 때, 안우진 역시 충실히 컨디션을 올리고 있었다. 동료 투수들보다 공을 던지는 시기를 살짝 늦췄던 작년의 루틴도 이어가고 있었다. 부상만 조심하면, 160km를 실제로 찍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안우진은 “원하는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지는 게 올 시즌 목표”라고 했다. 스피드는 지금도 리그 최고이니 커맨드가 중요한 건 맞다. 다만, 리그 흥행, 흥미 유발 측면에선 안우진이 올 시즌에는 160km를 찍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자신만의 루틴이 확고하니, 건강하게 160km를 찍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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