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일본 대표팀은 11일 일본 도쿄 분쿄구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3차전 체코와 맞대결에서 10-2로 승리하며 사실상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일본의 손쉬운 승리였다.
경기에서는 초반부터 눈길을 끄는 선수는 있었다. '이도류' 오타니도 아니고 최고 구속 165km를 던지는 사사키도 아니었고 일본 프로야구 56홈런 4번 타자 무라카미도 아니었다. 바로 무명의 체코 선발투수 온드르제이 사토리아였다.
사토리아의 투구폼은 故 최동원을 보는 듯 와일드하면서도 부드러웠다. 하지만 구속은 유희관급이었다. 최고 구속 80마일(129㎞)의 패스트볼과 67마일(110km)의 느린 공으로 2회까지 일본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특히 오타니를 상대로 보여준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1회말 2사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섰다. 사토리아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려 했지만 80마일(129㎞) 안팎의 느린 공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타이밍이 완전히 뺏긴 상태에서 배트만 휘둘러 1루 땅볼로 물러났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오타니의 표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3회말 1사 2루서 오타니를 다시 만났다.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은 오타니가 동점 적시타를 쳐주길 바랐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초구 느린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시작한 사토리아는 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바로 승부구를 던졌다. 승부구는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느린 변화구였다. 타이밍을 잡고 잔뜩 노리고 있던 오타니의 배트는 떨어지는 공에 크게 헛돌았고 헬멧까지 벗겨지는 우스꽝스러운 삼구삼진 장면이 나왔다.
벗겨지는 헬멧을 겨우 움켜잡고 삼진을 당한 오타니의 모습을 본 일본 팬들은 당황했다. 야구장에는 깜짝 놀라는 외마디 감탄사와 침묵이 흘렀다. 일본이 믿던 천하의 오타니가 110km의 공에 삼진을 당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득점 찬스에서 삼구삼진으로 자존심이 상한 오타니는 한동안 미소를 보이지 않고 경기에 더욱 집중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일본은 선발투수 사사키가 3⅔이닝 2피안타 3사사구 8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마운드를 이끌었고, 요시다가 2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공격을 이끌며 10-2로 승리했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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