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일까 오스틴은 그라운드를 돌 때까지 웃지 않았다. 홈을 밟고 대기타석에 있던 오지환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미소를 보이기 시작했다. 염경엽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KBO리그 첫 홈런을 기록한 오스틴을 반갑게 맞아줬다.
그런데 더그아웃 동료들은 그를 외면했다. 마치 투명인간 취급하듯 눈길도 주지 않았다. LG 트윈스의 침묵 세리머니에 당황한 오스틴은 침착하려 애쓰며 나 홀로 세리머니를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첫 홈런을 친 선수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 동료들이 모른 척한다. '사일런트 트리트먼트'라고 하는 침묵 세리머니다. LG 선수들은 오스틴의 첫 홈런에 침묵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다.
그런데 동료들의 침묵이 생각보다 길었다. 1사 후 솔로홈런을 치고 들어온 오스틴인데 이닝이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다. 홈런 뒤 이런 반응을 예상 하긴 했는데 너무 오랜 시간 침묵하니 마음을 졸였다. 당황한 오스틴은 손으로 X자를 그리며 '왜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냐'라며 켈리와 플럿코에게 물었다. 두 외국인 선수마저 아무 말이 없자 오스틴은 멋쩍은 듯 혼자 크게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V를 그리며 나 홀로 홈런의 기쁨을 누렸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오스틴은 3번 타자 우익수로 출장해 솔로포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시범경기 6경기에서 17타수 3안타에 그치며 KBO리그 적응에 애를 먹었던 오스틴이지만 7경기 만에 마수걸이 홈런포를 가동하며 감각을 찾았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LG의 마지막 퍼즐이라 불린 외국인 타자는 이렇게 조금씩 KBO리그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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