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사례가 국내에서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보험연구원은 ‘SVB 파산과 ALM(자산부채관리)의 중요성’ 보고서에서 SVB 파산 과정과 원인을 분석하고 이같이 판단했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SVB 파산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유동성 위험 관리 소홀로, 이와 관련된 바젤위원회 규제가 미국에 엄격하게 도입되지 않았다”며 “국내는 바젤위원회 규제가 미국과는 달리 모든 은행에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VB는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은행으로 서부에서 벤처기업과 주로 금융거래를 해왔다. 2019~2022 벤처산업 호황으로 벤처기업으로부터 예금이 250%가량 급증했다. 이후 SVB는 만기 10년을 초과하는 장기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2022년 말 기준 SVB 총자산 2090억달러(276조원) 중 유가증권 비중이 57%에 달했다. 유가증권 중에서도 만기 10년 이상 물건이 79%에 육박했는데, 이 경우 금리가 1% 오르면 평가손실이 100억달러 이상 발생한다.
실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2022년 2월 0.25%에서 올해 2월 4.75%까지 인상하자, SVB가 보유한 유가증권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또한 산업 호황이 종료되고 벤처기업 예금이 큰 폭으로 인출됨에 따라 SVB는 유가증권을 대량으로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SVB는 채권포트폴리오 매각으로 18억달러 손실이 났다는 발표 이후 유동성 위기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고객 예금 인출이 급증하면서 SVB는 이틀 만에 파산선고를 하게 됐다.
즉 SVB 파산은 유가증권 중심 장기자산과 예금 중심 단기부채로 인해, 자산 듀레이션(잔존만기)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긴 상황에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발생했다.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긴 경우, 금리가 상승할 때 자산이 부채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자본이 축소되고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SVB 파산은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달리 시스템위험으로 발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SVB와 유사한 자산・부채 구조를 갖고 있는 은행은 대규모 예금 인출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사진 = 픽사베이]
구현주 기자 wint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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