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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블로그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을 방문, 한 횟집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장제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 측근들과 만난 모습이 담긴 사진이 7일 온라인에 퍼져 화제인 가운데, 이를 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시(詩) 한 수로 표현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인 6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제4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한 후, '2030 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부산을 찾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환송 만찬에 참석했는데, 그 다음 저녁 일정을 부산의 한 횟집에서 소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장에는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장관, 장제원 의원과 함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영환 충북도지사, 부산에서 먼 강원도의 김진태 지사를 비롯,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 야당 광역단체장들도 참석한 것으로, 현재 퍼지고 있는 사진들에서 확인된다.
이를 풍자한듯, 추미애 전 장관은 7일 오후 페이스북에 장제원 의원, 김영환 지사, 한동훈 장관 등이 찍힌 현장 사진과 함께 '신농부시름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우선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金樽美酒는 千人血이요, 玉盤佳肴는 萬姓膏라)
라고 적었는데, 이는 '춘향전'에 나오는 '어사가'의 한 부분이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金樽美酒 千人血 (금준미주 천인혈)
玉盤佳餚 萬姓膏 (옥반가효 만성고)
燭淚落時 民淚落 (촉루락시 민루락)
歌聲高處 怨聲高 (가성고처 원성고)
뜻은 이렇다.
금 술잔의 향긋한 술은 만백성의 피요
옥 소반의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다
촛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드높더라
이 같은 인용의 연장선상에서 추미애 전 장관이 직접 지은 것으로 보이는 '신농부시름가' 전문은 다음과 같다.
흉년이면 하늘이 미운데
나랏님은 풍년이라고 구박하네
양 많고 맛 좋고 찰진 신동진 쌀
앞으로는 짓지 말라 호령하네
시장경제니 자유니 잘도 노래하면서
쌀은 맘대로 짓냐고 구박하네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사님의 춘향가
낭랑하게 울려 퍼질 때
70 인생 다 산 시골 노인네들 버릇 나빠진다고
유식한 석사는 훈수를 두고
아파트는 사주고 쌀은 사주지 마라더니
나랏님은 댕강 단칼에 거부권을 행사하네
어화 절씨구나!
나랏일 골치만 아프네
대구서는 돌직구 시구로 신나게 때리고
부산서는 화끈하게 횟집에서 술잔 부딪칠 때
타들어가는 우리네 가슴엔 촛농처럼 눈물만 고이누나
여사님을 기쁘게 한 춘향가란 어느 나라 노랜고?
그저 변사또를 혼내킨 노래만
귓가에 쟁쟁한데 누가 좀 불러 주소
용산궁 담 넘어 들리도록 불러보소
황금술잔에 담긴 아름답게 빚은 술은
일천명 백성의 피요
옥쟁반 위의 맛 좋은 고기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추미애 전 장관은 최근 윤석열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에서 '핫'했던 이슈들을 소재로 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흉년이면 하늘이 미운데 나랏님은 풍년이라고 구박하네"라며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 적자 상황을 가리키는듯한 뉘앙스를 보였다.
이어 "시장경제니 자유니 잘도 노래하면서 쌀은 맘대로 짓냐고 구박하네" "나랏님은 댕강 단칼에 거부권을 행사하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 4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도 가리킨 맥락이다.
또한 앞서 춘향전의 어사가를 인용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춘향전의 악역인 '변사또'에 비유한듯한 맥락도 확인된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대통령실'은 '용산궁'으로 표현했다.
아울러 글에서는 지난 4일 김건희 여사가 청와대 상춘재에 국가무형문화재 전통공연·예술 분야 보유자, 이수자, 전수생 등 20명을 초청해 춘향가를 관람하고 오찬을 함께 한 것 등을 가리킨듯,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사님의 춘향가 낭랑하게 울려 퍼질 때"라고도 표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대구, 부산 일정도 언급했다. "대구서는 돌직구 시구로 신나게 때리고"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NC다이노스의 '2023 KBO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시구를 한 것을 가리켰다.
이어 "부산서는 화끈하게 횟집에서 술잔 부딪칠 때"라며 6일 부산 저녁 일정도 가리켰다.
추미애 전 장관은 글 말미에서 "변사또를 혼내킨 노래만 귓가에 쟁쟁한데 누가 좀 불러 주소" "용산궁 담넘어 들리도록 불러보소"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야권 및 지지층의 비판을 독려하는 뉘앙스도 보였다.
한편, 이 글에는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등장했다.
'70 인생 다 산 시골 노인네들 버릇 나빠진다고 유식한 석사는 훈수를 두고'라는 표현으로, 진중권 교수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한 발언을 꼬집은 것이다.
진중권 교수는 지난 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농촌 인구 다수가)70세 된 분들인데 얼마 있으면 돌아가신다. 그 다음에 그게 유지가 되겠느냐. 젊은 사람들이 올 수 있게끔 전환하는 데 돈을 써야지 언제까지 외국인 노동자와 70세 노인분들 먹여 살리는 데 돈을 헛써야 되나"라고 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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