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잘해온 6년의 시간이 이번 한 달이 꺾을 수는 없다"
이정후는 지난해 입단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정규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85득점 타율 0.349 OPS 0.996의 엄청난 성적을 남기며 타격 5관왕과 함께 MVP 타이틀까지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만큼 이정후는 기세를 몰아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선언했다.
하지만 올 시즌 이정후는 조금 낯설다. 데뷔 후 줄곧 3할 이상의 고타율을 유지하며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불리고 있는 이정후는 올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개막 이후 3경기째가 종료된 후 타율은 0.091에 불과했고, 4월 후반에도 타율은 1할 후반 또는 2할 초반에 머물렀다. 타격폼 변화 등에 의한 여파였다.
그러나 최근 이정후의 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6년간 선보였던 '폼'을 되찾는 중이다. 이정후는 지난 9일부터 시작된 LG 트윈스와 3연전에서 총 4개의 안타를 터뜨리며 감을 되찾기 시작하더니 16~1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무려 8개의 안타를 터뜨리며 타율을 0.267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43타수 16안타 6타점 타율 0.372를 기록 중이다.
이정후는 18일 고척 두산전이 끝난 뒤 타격감을 되찾았음을 알렸다. 그는 "결과적으로는 이번주부터 올라오고 있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주부터 감각이 돌아왔구나를 느꼈다. 올해 들어서 가장 (타격감이) 좋다. 작년과 비교해도 현재의 타격감이 더 좋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이정후는 "자꾸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타구 스피드나 이런 것들은 모두 좋았다. 하지만 이번주는 결과도 같이 따라주고 있다"며 "지금의 느낌을 잊지 않고 최대한 많이 이어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보통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선수들이 반등하게 될 때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노력이 숨어있지만, 떨어졌던 감이 살아나는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이정후 입장에서 타격감이 살아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지난주 LG 트윈스와 3연전을 꼽았다.이정후는 "지난주 LG전이었던 것 같다. 물론 원하는 타구들이 잡히고,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원하는 스윙이 나왔다. '결과만 따라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NC 다이노스전에서도 아웃되는 타구들이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스윙으로 잘 맞은 타구들이 아웃이 됐었다"고 설명했다.
저조한 타격감으로 인해 팀 성적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정후다. 그는 "팀이 많이 진 것이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미안했다.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경기가 더 많고, 앞으로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게 뭘까 생각을 해봤을 때 미안해하고 좌절하는 것보다 하루빨리 감을 찾아서 팀에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길어지는 부진에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도 있었다. 이정후는 "잘 안되다 보니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아졌었다. 하지만 프로에서 6년 동안 해왔던 시간들이 올 시즌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잘해온 6년의 시간이 이번 한 달이 꺾을 수는 없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해서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정후에게 올 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6년간 누적 스탯이 엄청나지만, 좋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좋은 폼이 필수적이다. 일단 집 나갔던 타격감은 돌아왔다. 이제 이정후의 고공비행이 시작된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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