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LG 불펜은 올해 박명근, 함덕주, 유영찬이라는 새로운 필승계투조를 만들었다. 사실 마무리 고우석을 비롯해 이정용, 백승현의 부상에 의한 전화위복이다. 그러나 여기서 빠진 투수 한 명이 있다. ‘광속 사이드암’ 정우영(24)이다.
정우영이 필승조에서 사라진 건 부상 탓이 아니다. 부진 탓이다. 올 시즌 23경기서 4패 평균자책점 4.12. 믿을 수 없는 수치다. 2019년 입단하자마자 4년간 리그 정상급 성적을 냈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정우영은 올해 구속이 뚝 떨어졌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작년 투심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51.5km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47.7km다. 3.8km, 약 4km 떨어졌다. 이것도 최근 조금씩 스피드를 회복한 것이 감안된 결과다.
염경엽 감독은 27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지금도 150km 이상 나온다. 그렇게 되고 있다. 완벽하다고 볼 수 없지만, 좋았던 컨디션으로 가고 있다. 본인은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좀 더 과정을 밟아야 한다”라고 했다.
LG는 27일 경기서 필승조 운영이 어려웠다. 함덕주와 박명근이 2연투하면서 쉬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우영을 마무리 혹은 중요한 시점에 쓸 법했지만, 염경엽 감독은 일찌감치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즌을 길게 바라본다. 눈 앞의 1승보다 정우영의 회복이 우선이다.
중요한 건 염 감독의 초점이 구속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더 느리게 승부해야 투구내용의 효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우영은 사실상 투심 원 피처다. 워낙 빠르고 움직임이 좋아 1이닝을 막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정우영이 1군에서 노출된 구간이 길어지면서, 9개 구단 타자들도 슬슬 대응하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구속까지 떨어졌으니, 타자들로선 해볼 만한 승부가 됐다. 염경엽 감독은 “어차피 왼손타자 상대 슬라이더가 없으니 커브다. 커브를 보여주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라고 했다.
현재 타자들은 정우영의 커브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드는 비율을 높이면 결국 대응하게 돼 있다는 논리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구사율은 3.0%로 낮다. 염 감독은 정우영이 커브를 더 많이 던지면서 위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느린 슬라이드스텝을 개선하려고 했는데, 현 시점에선 그 다음 이슈라고 보는 듯하다.
염 감독은 “이제까지 90%가 투심이었다. 70%까지 내려야 한다. 커브를 30% 던지면 투구수를 줄일 수 있다. 그동안 정우영은 1이닝을 막아도 투심만 있으니 투구수가 많았다. 평균 투구수가 15개가 넘어갔다”라고 했다.
많은 투구수가 수년간 누적되면서 피로가 쌓였고, 그 여파가 올 시즌에 어느 정도 있다는 게 염 감독 진단이다. 투심의 스피드는 올라오고 있으니, 커브를 좀 더 효율적으로 쓰면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올 것이고, 투구수도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투구수가 줄어들면, 1년 전체를 볼 때 피로도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염 감독은 “(투심만 던지며 투구수가 많은 것은)개인도, 팀에도 안 좋다. 첫 번째 방향은 투구수를 줄이는 것이다. 작년에 홀드왕을 했지만, 투구수가 엄청 많았다. 투구수를 줄여야 야구를 오래 할 수 있다. 이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피로도에서 중요한 건 투구수”라고 했다.
곧 좋아질 것이라고 봤다. 염 감독은 “5경기 정도 과정을 좀 더 지나가면, 자리 잡을 것이다. 10경기 이상 무실점이 이어지면 그 흐름이 시즌 끝까지 이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정우영은 실제 최근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서 6경기 연속 무실점하며 조금씩 예년의 위력을 찾고 있다. 커브 비중을 높여 중요한 시점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마지막 숙제다.
[정우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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