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가 1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묘기에 가까운 슬라이딩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상황은 이랬다. 0-5로 뒤지고 있던 6회초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한 이학주는 황성빈의 1루 땅볼 때 2루로 뛰었다. 땅볼 타구를 포구한 1루수 전의산은 1루 베이스를 찍고 2루로 빠르게 송구했고, 2루에서는 박성한이 글러브를 베이스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더블플레이가 완성되는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이때 1루 주자 이학주의 슬라이딩 센스가 돋보였다. 이학주는 왼손을 쭉 뻗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박성한의 글러브를 보고 왼손을 뺀 뒤 몸을 틀며 오른손으로 2루 베이스를 찍었다. 이학주가 팔을 빼는 순간 박성한은 당황하며 가슴 쪽으로 태그를 시도했지만, 이학주의 오른손이 더 빨랐다.
박성한과 SSG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이학주는 2루 베이스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너털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0-5로 분위기가 처져있던 롯데 더그아웃에서는 "살아있네"라는 환호성과 함께 이학주의 주루 센스에 기뻐했다.
한편 롯데 이학주는 한때 '천재 유격수'로 불리며 미국 무대에서도 손꼽히던 유망주였다.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에서 뛴 해외파 출신으로 무릎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트리플A 올스타로 선정되는 등 차근차근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워왔었다.
하지만 무릎 부상 후 메이저리거의 꿈은 좌절됐고 2019년 삼성 라이온즈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KBO리그에 데뷔했다. 삼성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학주는 지난 시즌 센터라인 강화가 필요했던 롯데로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갈 길을 잃어버린 줄 알았던 천재 유격수가 주루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1990년생 동갑내기 김상수, 안치홍, 오지환, 허경민 등 고교 유격수 중 이학주는 역대급 재능으로 꼽혔던 천재 유격수였다. 동기들이 승승장구하는 사이 그들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고 이제는 벼랑 끝에 몰렸다. 번뜩이는 천재성을 발판 삼아 이학주가 부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번뜩이는 주루 센스로 묘기 슬라이딩을 선보였던 롯데 이학주.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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