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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팀 동료를 성폭행하고 폭행을 일삼았던 안라쿠 토모히로가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방출됐다. 그리고 이에 '간판스타' 다나카 마사히로가 고개를 숙였다.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에 최근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라쿠텐 소속의 복수 선수들이 안라쿠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 그동안 안라쿠가 저지른 폭행과 성폭행 등의 만행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었다.
안라쿠는 지난 2014년 신인대르프트에서 라쿠텐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수. 큰 기대와 달리 데뷔 초에는 이렇다 할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으나, 2020시즌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안라쿠는 2020년 27경기에서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3.48의 성적은 남기더니, 이듬해 58경기에 나서 3승 3패 2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08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활약은 '반짝'에서 그치지 않았다. 안라쿠는 지난해에도 '필승조'로 활약하며 52경기에서 6승 2패 1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8, 올해는 3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04의 성적을 남겼다. 안라쿠의 가장 큰 문제는 실력이 아닌 '인성'이었다. 라쿠텐은 2023시즌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뒤 2024시즌 연봉 협상을 진행 중이었는데, 여기서 사건이 터졌다.
몇몇 선수들이 연봉 협상 과정에서 안라쿠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 보도에 따르면 한 선수는 안라쿠에게 머리를 가격 당해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또 다른 후배에게는 라커룸에서 속옷을 벗게 하며 성희롱을 범했다. 가혹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안라쿠는 후배가 식사 초대를 거절하자 욕설을 퍼붓고, 끈질기게 연락을 취하며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피해를 당했던 선수들은 그동안 보복과 더이상의 피해가 두려워서 해당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라쿠텐은 안라쿠와 2024시즌 연봉 협상을 무기한으로 연기했다. 그리고 라쿠텐은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 137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에 임했다. 그 결과 10명의 선수가 직접적으로 괴롭힘을 당했고, 40명이 이를 목격하거나 안라쿠의 만행을 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프로야구는 지난달 30일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했는데, 라쿠텐은 결국 안라쿠의 이름을 명단에 넣지 않았다. 모리이 마사유키 사장은 "안라쿠를 보류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안라쿠는 라쿠텐에서 방출이 됐돼 지난 1일자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안라쿠가 다시 그라운드를 밟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가혹행위로 인해 안라쿠가 라쿠텐의 유니폼을 벗게 되면서 '미·일 통산 197승'을 기록 중인 라쿠텐의 '간판투수' 다나카가 고개를 숙였다. 팀내 최고의 커리어를 지니고 있고, 최고참급에 속하는 만큼 다나카는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일로 팬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괴롭힘은 용서받을 수 없다. 구단뿐만이 아니라 나도 팀의 연장자로서 더 후배들의 모습을 신경썼어야 했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다나카는 "후배들과 상담을 하고, 문제가 있으면 솔선수범해 주의해야 했는데, 안일했던 것에 반성하고 있다"며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각 선수와 구단이 제대로 이야기를 하고, 듣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팀에 소속된 선수로서 페넌트레이스에서 싸워 나갈 수 있도록, 팬들이 조금 더 안심하고 응원을 해주실 수 있도록 가능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라쿠텐은 올해 70승 2무 71패 승률 0.496으로 퍼시픽리그 4위로 시즌을 마치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최근 5년 동안 가을 무대를 밟은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 특히 모기업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까닭에 전력 보강도 쉽지 않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여파가 끝난 뒤 모든 구단의 관중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라쿠텐은 올해 12개 구단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러한 가운데 안라쿠가 폭행, 폭언, 성희롱 등의 최악의 사건을 저지르게 되면서, 일본 현지에서는 라쿠텐의 구단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라쿠텐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매우 커지고 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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