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경기를 앞둔 양 팀 감독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잠시 후 맞대결을 앞둔 양 팀 감독이 마치 한 팀이라도 된 듯 웃으며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양 팀 감독은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지만, 통역까지 대동해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지난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는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와의 경기가 열렸다. 1위 팀과 3위 팀 간의 맞대결로 치열한 경기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임동혁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무적이었다. 대한항공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8득점을 기록한 임동혁을 앞세워 우리카드에 세트스코어 3-0(25-22 25-14 25-16) 완승을 거뒀다. 이날 임동혁의 공격 성공률은 73%로 보고도 믿기 힘든 완벽한 모습이었다.
세 명이 블로킹을 뛰어도 임동혁의 스파이크는 블로킹을 뚫고 코트를 강타했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임동혁의 플레이를 보며 연신 허탈한 표정을 지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믿을 수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반면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감독의 표정만 봐도 이날 분위기는 대한항공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양 팀 감독 모두 경기에서는 승리를 위해 열정적으로 임했지만, 경기 전에는 지금껏 볼 수 없는 훈훈한 장면을 보여줬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선수들도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시간이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고 감독실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신영철 감독이 틸리카이넨 감독을 발견하곤 상대 코트로 넘어가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두 감독은 통역을 거쳐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신영철 감독은 V리그 원년 LIG 손해보험 감독부터 시작해 대한항공, 한국전력 사령탑을 거쳐 현재 우리카드까지 맡으며 V리그 역대 최다승을 이뤄낸 감독이다. 국가대표 감독 경험은 없지만 코치도 세 번이나 하며 한국 배구를 위해 힘쓴 사람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핀란드 출신으로 일본 나고야 울프독스 감독을 거쳐 지난 2021-23시즌 대한항공 감독으로 선임되며 한국 배구와 인연을 맺었다. 대한항공을 3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끌며 지난 시즌 남자부 감독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대한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에 합류해 한국 남자배구 재건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대한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에 합류한 틸리카이넨 감독은 V리그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인 신영철 감독과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승리를 위해 치열하게 맞붙을 양 팀 감독이 경기 시작 전 이토록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이색적인 장면이었다.
[경기 전 신영철 감독과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KOVO(한국배구연맹)]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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