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사 김혜인] 주말이 되었다.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쉬고 싶지만 아이는 심심한지 나를 계속 붙잡고 늘어진다.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아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나가 보기로 한다. 실내 놀이 시설에 가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아이가 감기에 걸렸으니 다른 아이에게 전염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꾹 참는다. 그럼 대형 카페뿐이다.
예전엔 카페에 앉아 아무 말도 없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커피를 마시길 좋아했다. 아이를 낳고는 그렇게 있어 본 적이 없다.
아이를 안고 카페 이곳저곳을 한참 구경시켜 준다. 팔이 너무 아파 아이를 의자에 앉힌다. 아기 의자에 잠깐 앉아있던 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한다. 과자를 준다. 다 먹고 또 칭얼대기 시작한다. 아이를 의자에서 내려주자 테이블 주변을 걸어 다닌다. 더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좀 더 달고 맛있는 과자를 준다.
아이는 과자를 들고 다른 테이블 쪽으로 간다. 전망 좋은 창가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들 앞을 가로막고는 창문을 손바닥으로 치기 시작한다. 얼른 달려가 죄송하다고 인사하며 아이를 데려오는데 아이가 소리를 지른다. 나는 소중한 이곳이 노키즈존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남은 커피를 들이켜고 서둘러 나온다.
아무리 힘들어도 민폐맘이 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결국 똥 기저귀를 흘리고 왔다. 시댁 어른들께서 다니시는 교회에 방문했을 때였다. 예배 시간 동안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은 아이를 돌보느라 만신창이가 되었다. 집에 돌아가려 하는데 하필이면 아이가 화장실이 없는 층에서 대변을 보았다. 빈방을 찾아 거기서 얼른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똥 기저귀는 곧 화장실에 가서 버리자고 생각했다.
외출에 필요한 아이 용품을 담은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아이에게 신발을 신기는 사이, 사람들이 방에 들어왔다. 정신없이 인사를 나눈 뒤 남편을 찾아 서둘러 차에 탔다. 혼잡한 주차장에서 차를 빼느라 시간이 한참 걸렸다.
차에서 지루한지 칭얼대는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간식도 먹이며 집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문득 생각이 났다. 똥 기저귀를 그 방에 그냥 두고 왔다. 집까지는 차로 족히 1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다시 돌아갈까?” 남편이 물었다. 나는 눈을 감고 한숨을 크게 쉬었다. 아이와 외출로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다시 두 시간 이상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한 번 더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냥…… 들어가자.”
예전에 돌돌 말린 기저귀가 바닥에 뒹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속으로 누구인지 모를 엄마를 흉봤는데, 바로 내가 그 엄마가 되었다.
이웃집 아기 엄마가 집에 놀러 왔다. 자기 아이가 변을 보자 기저귀를 갈아준 뒤 똥 기저귀를 자기 가방에 챙겨 넣는다. 이 사람도 민폐맘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에이, 여기에 버려요! 똥 기저귀를 뭘 가져가요.” 나는 일부러 더 과장된 목소리로 구박하듯이 말한다.
기저귀를 뺏어 휴지통에 버리며, 커다란 가방을 들고 허둥대는 엄마들을 생각한다. 똥 기저귀를 돌돌 말았던, 누구인지 모를 그 엄마를 마음으로 응원한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교사 김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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