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같은 팀원으로서 죄송하다"
지난해 초부터 그야말로 악재의 연속이다. KIA는 지난해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장정석 전 단장이 구설수에 휘말렸다. 2021년 당시 KIA 소속으로 뛰고 있던 박동원(現 LG 트윈스)과 연장계약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장정석 전 단장이 '뒷 돈'을 요구한 것이다. 당시 장정석 전 단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보유 중이었던 박동원이 이를 공개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사실이 드러난 것은 개막전을 불과 하루 앞둔 날이었다.
당시 KIA는 발 빠르게 장정석 전 단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했고,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고, 나성범을 비롯해 최형우, 김도영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악재를 맞는 등 2021시즌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난해 실패를 맛본 만큼 KIA는 이번 겨울 바쁘게 움직였다. KIA는 지난해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던 외국인 투수들을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집토끼' 김선빈을 비롯해 고종욱과 재계약을 맺는데 성공했고, LG 트윈스로부터 방출됐던 서건창을 영입하면서 내야 뎁스를 두텁게 만드는 등 2024시즌 준비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출국을 이틀 앞두고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KIA는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27일 김중국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며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공식 발표한 것.
당초 김종국 감독이 검찰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을 때 최근 독립리그 비리와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뒤따랐다. 하지만 해당 건과는 다른 사안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IA 관계자는 독립리그 건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고,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KIA 구단에 따르면 김종국 감독은 지난 25일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27일 구단과 면담에서는 '금품수수'와 관련된 사안에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김종국 감독이 떳떳했다고 한다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종국 감독은 해당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고, KIA 또한 김종국 감독이 검찰의 조사를 받은 것을 외부 '제보'를 통해서 파악하게 됐다.
그리고 29일 다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가 '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감독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수사의뢰 사건 및 해당 사건 수사 중 추가로 확인된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지난 24일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힌 것이다. 현직 프로야구 감독이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전례가 없는 사안이었다.
특히 지난해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한 대가로 단장직에서 해임된 장정석 전 단장과 함께 김종국 감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에서 충격은 배가 됐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어떠한 혐의를 받고 있는지, 유·무죄가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만큼 사안은 심각해 보인다. 일단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오는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결국 김종국 감독을 둘러싼 상황이 심각해지자 KIA도 다시 움직임을 가져갔다. 29일 오후 김종국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것. KIA는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며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던 KIA는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따라서 KIA는 당분간 사령탑이 없는 상황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게 됐는데, 일단 팀을 이끌게 된 진갑용 수석 코치가 29일 호주 캠프 출국에 앞서 취재진과 만남을 가졌다. 진갑용 코치는 '갑작스럽게 팀을 이끌게 됐다'는 말에 "갑작스럽게 이런 상황이 닥쳤기 때문에 아직 마음의 준비는 안 돼 있다. 호주로 가서 코치들과 대화를 통해 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종국 감독과 각별한 사이였지만, 진갑용 코치는 해당 사안을 전혀 알지 못했던 모양새였다. 진갑용 코치는 "나도 어제(28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선수들도 많이 놀랐을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너무 동요하지 말고, 항상 하던 식으로 준비를 하자'는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선수들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내일(30일) 잘 준비를 해서 호주로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진갑용 코치는 이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총 두 차례나 눈물을 보였다. 아직 유·무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친분이 두터운 김종국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마음이 아픈 듯했다. 진갑용 코치는 "같은 팀원으로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마음이 많이 무겁다. 선수들과는 지금보다는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캠프에서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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