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한국, 사우디에 승부차기 승리
김민재, 최고의 수비력 발휘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한국이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를 꺾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 고지를 점령했다. 쉽지 않은 승부를 펼쳤다.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고, 후반전 막판 조규성의 극적인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연장전까지 1-1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의 선방 행진으로 4-2으로 앞서며 환호했다.
한국은 이날 3-4-1-2 전형으로 변화를 꾀했다. 조별리그에서 사용했던 4-4-2를 버리고 스리백으로 수비를 바꿨다. 김민재가 중심에 서고, 김영권과 정승현이 좌우측 수비에 배치됐다. 중원에 4명의 미드필더를 두고, 2선 공격수 2명, 원톱은 손흥민에게 맡겼다.
전반전 경기력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적극적인 중원 압박으로 사우디 공세를 사전에 차단했고, 손흥민의 빠른 발을 활용한 사우디 수비 뒤 공간 침투로 공격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전반전 막판 코너킥 위기에서 두 차례 연속 골대를 맞는 슈팅을 내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지막 순간에 김민재가 헤더 클리어링으로 실점을 막았다.
0-0으로 전반전을 마친 클린스만호는 후반전 초반 실점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공격수 압둘라흐 라디프에게 골을 얻어맞았다. 수비 뒤 공간을 침투하는 라티프를 수비수들이 놓쳤다. 김민재가 다소 전진하면서 라디프의 전진을 막지 못한 듯 보였다. 후반전 시작 30여 초 만에 골을 허용하면서 리드를 빼앗겼다.
선제 실점 느린 화면을 보면, 김민재의 실책성 플레이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우디가 중원에서 공격 쪽으로 전진 패스를 하는 과정에서 사우디 공격수 살렘 알 도사리의 터치 실수가 나왔다. 김민재는 정상적인 트래핑을 예상하며 수비에 나섰다. 그런데 알 도사리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며 공이 튀었고, 트래핑 실수가 오히려 절묘한 패스로 연결되며 라디프의 왼발 골로 이어졌다.
불운을 겪으며 선제골을 내줬으나 김민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추격전을 벌이기 위해 포백으로 전환한 과정에서도 철벽수비를 구축해냈다. 한국이 공세를 퍼붓는 상황에서 사우디에 몇 차례 역습 위기를 내줬지만, 빠른 발과 정확한 판단으로 한국 후방을 든든히 지켰다. 연장 전반전에는 이강인의 코너킥을 통렬한 헤더로 연결해 역전골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연장 후반 12분 박진섭과 교체 아웃되면서 임무를 다 마쳤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4경기 연속 실점했다. 조별리그 E조 1차전 바레인과 대결에서 1실점, 요르단과 2차전 2실점, 말레이시아와 3차전 3실점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각광을 받고 있는 김민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6강 진출 팀 가운데 최다 실점을 적어내며 수비 불안을 노출했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는 달랐다. '깜짝 스리백'과 포백 전환으로 사우디 공세를 1골로 막아내면서 승리의 디딤돌을 쌓았다. 역시 그 중심에는 '수비 괴물' 김민재가 있었다.
사우디를 꺾은 한국은 2월 3일 '사커루' 호주와 준결승행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호주는 선수들 피지컬과 제공권 능력이 매우 좋다. 호주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김민재가 또 제 몫을 해줘야 한다.
[김민재(4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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