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니 믿고 있다~”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켐프가 진행 중인 13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 구단은 9시53분경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현지시각 11시53분, 이미 13일 훈련 일정이 거의 마무리되고 선수들은 순차적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KIA의 보도자료 하나에 이곳 캔버라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이범호 감독은 10일 면접 후 12일 밤에 소식을 접하고 있었고, 구단의 공식발표가 난 걸 확인한 뒤 조용히 3루 덕아웃 앞에 선수들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취임 일성을 당당하게 밝혔다.
선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범호 감독은 2011년 KIA 입단한, 흔히 말하는 타이거즈 성골이 아니다. 그럼에도 2019년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차세대 리더, 차세대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빼어난 리더십을 자랑했다. 선배와 후배들로부터 인정받고 존중을 받은 구성원이었다.
2020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 필리스 구단에 지도자 연수를 받으러 떠났으나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구단에 복귀, 전력분석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2021년 2군에서 총괄코치를 맡았다. 2020년 맷 윌리엄스 전 감독에게 1~2군 통합 전권을 맡겼다가 실패를 맛보자 이범호 감독에게 큰 역할을 맡겼다. 이때부터 이범호 감독에 대한 구단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있었다.
2021시즌이 끝나고 구단은 이범호 감독에게 전격 1군 타격코치를 맡겼다. 이범호 타격코치는 1군 타자들과 부드러운 소통을 통해 팀 타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시즌 KIA 타격은 리그 최상위급이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신뢰가 꽤 끈끈해졌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단 첫 미팅 이후 양현종과 가볍게 포옹했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위해 식당에 앉았는데 대구 출신 투수 전상현으로부터 따봉을 받았다. 전상현은 이날 불펜 일정이 있어서 뒤늦게 점심 식사했다.
지나가던 주장 나성범도 환호했다.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을 두고 “니 믿고 있다”라고 했다. 나성범은 그러자 역시 따봉을 외쳤다. 이범호 감독은 시종일관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다. 단체생활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단, 이범호 감독은 “내가 부드러운 성향이지만, 아닌 것은 분명하게 매듭 짓는 성격이다. 얘기해줄 건 얘기해줄 것이다. 온화하고 좋아야만 성적이 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수들의 얘기도 들어보고 내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들은 두 번 세 번 생각해볼 것이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소통에 능한 MZ 스타일의 감독, 캡틴형 감독이다. 본인도 웃으며 인정했다. 주장 나성범과 긴밀한 소통을 약속했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