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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트레이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김하성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프링캠프에 모습을 드러냈다. 샌디에이고 투수진들은 12일 소집돼 훈련을 시작, 야수들은 오는 17일부터 팀에 합류할 예정이지만, 김하성은 조금 일찍부터 시즌 준비에 나섰다.
김하성에게 올 시즌은 그 어떤 해보다 중요하다. 지난 2021시즌에 앞서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18억원)의 계약이 올 시즌을 끝으로 종료될 수 있는 까닭이다. +1년의 뮤추얼(상호동의 옵션)의 실행 여부가 달려있지만, 김하성이 옵션에 동의할 이유는 없다. 샌디에이고와 다시 계약을 맺더라도 더 큰 규모의 계약을 찾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일단 김하성의 가치는 정점에 달해있다. 김하성은 지난 2021년 빅리그에 입성한 당시에는 타율 0.202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볼을 비롯한 문화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하성은 빠르게 빅리그 생활에 녹아들었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생활에 전환점을 맞은 것은 2년차인 2022시즌이었다.
당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골절과 금지약물 복용으로 인해 징계를 받으면서 주전 유격수를 잃은 샌디에이고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김하성에게 기회를 주거나,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은 '특급유망주' CJ 에이브람스를 키우는 것. 이때 샌디에이고는 에이브람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 김하성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김하성은 2022시즌 150경기에 출전해 130안타 11홈런 59타점 11도루 타율 0.251 OPS 0.708로 활약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줬다. 공격에서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을 온전히 메우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김하성이 빛났던 것은 수비였다. 김하성은 최종 수상과 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리그 내에서 가장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 TOP 3 안에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김하성은 '리드오프'로 타순을 변경한 뒤 펄펄 날기 시작, 시즌 중반까지 샌디에이고 공격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등 152경기에 출전해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타율 0.260 OPS 0.749로 다시 한번 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최종 후부로 꼽혔고, 유틸리티에서 황금장갑을 품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김하성이 '최초'였다.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공격과 수비를 모두 겸비한 유격수 자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22년 겨울 '최대어'로 불리던 잰더 보가츠(샌디에이고)와 코리 시거, 마커스 세미엔(이상 텍사스 레인저스),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가 모두 1억 달러가 훌쩍 넘는 대형 계약을 맺었고,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바비 위트 주니어 또한 최근 11년 2억 8870만 달러(약 3834억원)의 '잭팟'을 통해 팀을 이동한 까닭.
이 덕분에 김하성의 가치는 매일매일 최고가를 향하고 있다. 미국 현지 복수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김하성이 1억 달러 이상의 큰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중. 게다가 FA를 앞두고 있고, 샌디에이고가 재정난을 겪고 있는 탓에 이번 겨울 트레이드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지난 1월 김하성이 17개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김하성은 일단 샌디에이고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올 시즌 중 언제든 소속팀이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현지 언론 또한 트레이드설의 중심에 서 있는 김하성의 심경이 궁금했을 터. 샌디에이고의 첫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김하성은 트레이드에 대한 질문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김하성의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다. 지금 소속된 곳에서 최선을 다해서 시즌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97.3 The Fan'을 비롯한 현지 복수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하성은 "트레이드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구단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나는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나가고,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서도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있는 만큼 김하성을 떠나보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올 시즌은 어떤 포지션에서 시작하게 될까. 김하성은 "팀 상황에 따라 어떤 포지션이든 경기에 나갈 것"이라며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에 대해 "그게 내 장점이고, 어떠한 포지션을 보더라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올해는 안 다치는 것이 첫 번째이고, 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겨울 고우석과 한솥밥 먹게 된 것과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의형제'처럼 가깝게 지냈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김하성은 "(고우석에게) 야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잘할 것 같다. 선수들과 적응하는 것과 야구장에 나왔을 때 편하게 뛸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정후와 맞대결은 너무 기대가 된다. (이)정후가 와서 한국 야구를 조금 더 알릴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잘할 것이고, 같이 경기하는 것이 기대가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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