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맞추는 능력이, 미쳤다.”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은 작년 11월21일 외야수 고종욱(35)과의 2년 5억원 FA 계약 이후 최형우(41)가 했던 얘기를 전했다. 당시 최형우는 심재학 단장에게 “저한테 줄 거, (고)종욱이에게 주셔도 됩니다”라고 했다.
심재학 단장이 실제로 최형우의 얘기를 고종욱과의 계약에 반영했다고 보긴 어렵다. 단, 최형우가 후배를 아끼는 마음이 대단한 걸 알게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최형우 역시 이번 오프시즌에 비FA 다년계약을 맺기로 구단과 일찌감치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였다.
그러나 최형우는 일찌감치 도장을 찍고 차기 시즌 준비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다. 김선빈과 고종욱이 FA 신분이라서 타 구단에 빼앗길 우려가 있는 반면, 최형우 본인은 FA가 아니어서 다른 팀에 갈 수 있는 신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단은 최형우와의 비FA 다년계약을 김선빈과 고종욱 계약 이후로 미룬 상태였다.
이런 상황서 최형우가 고종욱을 두고 자신에게 줄 금액을 고종욱에게 얹어 줘도 된다고 한 건 절대 하기 쉬운 발언은 아니었다. 심재학 단장도 당시 최형우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표했다. 최형우는 지난 1월에 1+1년 22억원 계약을 맺었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그 뒷얘기를 들었다. 최형우에게 그 발언을 꺼내자 “이제까지 야구를 하면서, 타자들을 바라보는 기준과 관점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종욱이는 내가 본 야구선수들 중 탑5에 든다”라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까지 포함해서 본 타자들 중 탑5에 고종욱이 포함된다고 했다. 최형우는 “물론 타격만 한해서”라고 했다. 그만큼 고종욱의 타격을 높게 평가한다. “통산 3할(0.303)이라서?”라고 묻자 “그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냥 최형우는 스탯을 떠나 고종욱의 컨택 능력이 역대급이라고 봤다. “컨택이, 맞추는 능력이 미쳤다”라고 했다. 실제 2023시즌 도중 외야수 이창진도 고종욱을 두고 “그 형은 야구천재”라고 했다. 모든 선수가 인정하는 컨택 능력이다.
고종욱은 2023시즌 104경기서 타율 0.271을 기록했다. 그런데 득점권타율 0.291에 대타타율은 무려 0.464였다. 전임 감독은 승부처, 클러치 상황에 고종욱을 대타로 기용해 재미를 쏠쏠하게 봤다. 시즌 초반 나성범이 종아리 부상으로 없을 때도 고종욱을 적극 기용해 성공했다. 그만큼 팀 공헌도가 높았다. 2021시즌 후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뒤 테스트를 거쳐 영입한 선수라는 걸 감안하면, 대성공이다.
최형우는 “그만큼 종욱이가 팀에 중요한 선수”라고 했다. 대타는 물론, 기존 외야수들이 다치거나 부진하면 출전 1순위라고 봤다. 수비력이 좀 떨어지지만 주력도 좋아서 ‘야구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고종욱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범호 신임감독이 그런 고종욱의 가치를 모를 리 없다. 어쩌면 이범호 감독의 고종욱 활용법을 통해 경기운영 스타일도 들여다볼 수 있을 듯하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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