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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지금 놀랐다, 움찔했다.”
14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 불펜. 13일까지의 풍경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을 발견했다. KIA 타이거즈가 지난 1일 이곳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린 뒤 이날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범호(43) 신임감독이다. 이범호 감독은 13일 KIA와 2년 9억원에 계약을 체결, KBO리그 최초 1980년대생(1981년생) 사령탑이 됐다. 13일까지 타격코치였으니 메인 그라운드에서 타자들의 타격훈련만 지도해왔다.
그러나 13일 훈련 마무리 시점에 감독 공식발표가 났고, 14일에는 훈련을 시작하자마자 불펜에 살다시피 했다. 이젠 타격코치가 아니라 감독이다. 때문에 팀을 전체적으로 살피고 각 파트 코치들의 보고를 받으며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 스프링캠프를 차린지 2주만에 처음으로 불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앞으로 익숙해질 풍경이다. 이범호 감독은 “멍하네요”라고 했다. 그러나 이내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포수 뒤에서 불펜 투구를 하는 투수들과 공을 받는 포수들을 연이어 격려했다.
이범호 감독은 “나이스”라고 하거나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투수들은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했고, 이범호 감독은 겉으로는 코치 시절과 별 다른 모습이 없었다. 불펜투구를 마친 임기영과 이의리에게 컨디션을 묻기도 했다.
이날 나라분다볼파크 불펜에는 최형우가 방망이를 들고 들어서서 윤영철, 장현식의 공을 봤다. 자신의 타격 컨디션을 올리는, 일종의 라이브배팅 이전 단계라고 보면 된다. 최형우는 장현식의 공이 좋다고 인정했고,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에게 큰 소리로 “지금 놀랐다. 움찔했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오랫동안 KIA에서 활동했다. 코치 경력은 3년 정도지만, 지난 2년간 1군 타격코치를 맡아 타자들과 호흡했다. 그 사이 틈틈이 투수들과도 피드백을 주고받아왔다. 이의리는 “감독님이 타격코치를 할 때도 투수들에게 타자 입장에서 공이 어땠는지 얘기해주시고 그랬다. 코치 시절부터 친근했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에게 선발투수들 등판 순번을 결정하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하자 “투수코치님이 결정할 겁니다”라고 했다. 마운드 운영만큼은 정재훈 코치, 이동걸 코치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투수들을 지금부터 세심하게 챙기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이날 이범호 감독은 훈련 시간 내내 불펜에 머무르며 투수들, 투수코치, 배터리코치와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는 “그동안에도 투수들에 대한 얘기는 계속 듣고 있었다”라고 했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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