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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이범호 감독님을 지켜드려야 한다.”
KIA 타이거즈 ‘수비왕’ 박찬호(29)는 13일(이하 한국시각) 스프링캠프지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 도착하자 지난 며칠과 약간 다른 공기를 감지했다. 몇몇 선수는 이범호(43) 신임감독 선임 소식을 공식발표 직전에 알았다고 했고, 이범호 감독이 3루 덕아웃 앞에서 미팅을 소집하기 직전에 알았다는 선수들도 있다.
박찬호는 조금 더 빨리 분위기 변화를 눈치 챈 케이스다. “경기장에 와서 알았다. 감독님이 되시는 걸로 발표가 나온다는 얘기가 있었다. 미팅을 한다 길래 ‘아, 되셨구나’ 그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름 돋았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의 선임을 두고 일각에선 ‘좀 빠르다’라는 얘기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아직 43세이고, 코치 경력은 2021년 2군 총괄을 시작으로 2022년과 2023년 1군 타격코치까지 3년이 전부다. 그러나 이미 선수시절부터 충분히 차기 감독감으로 꼽힐 정도로 덕망을 쌓았고 리더십을 검증받은 인사라는 점에서 지금 시작해도 충분하다는 평가도 있다.
박찬호도 이범호 감독이 언젠가 KIA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고 한다. 그러나 “빨라야 내가 고참이 될 때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빨리 되신 것 같다. 그래서 감독님을 잘 지켜 드려야 한다. 감독님을 선수 시절부터 존경했다”라고 했다.
어떤 신임감독이든 팀과 구성원들과의 허니문 기간이 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에 대한 구단 내부의 신뢰와 덕망은 상상 이상인 듯하다. 박찬호는 선수 이범호에 이어 코치 이범호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라갔다. 박찬호가 3할 타자로 거듭나는데 당연히 이범호 감독의 영향력도 있었을 것이다.
박찬호는 “감독님은 선수들을 잘 믿어준다. 어드바이스가 필요한 선수, 그렇지 않은 선수들을 잘 구분하셨다”라고 했다. 실제 이범호 감독은 캠프 기간 젊은 타수들에겐 디테일한 코칭을 한 반면,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서건창 등 베테랑들에겐 거의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추임새를 넣거나 박수를 치는 경우가 많았다. 박찬호는 “그래도 하나씩 짚어주는 부분들은 있었다. 그런 점에서 믿음이 갔다”라고 했다.
더구나 박찬호가 이범호 감독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범호 감독의 은퇴식 이벤트다. 이범호 감독이 2019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할 때 비 타이거즈 출신 최초의 은퇴식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구단은 그 자리에서 이범호 감독의 등번호 25번을 박찬호에게 물려주는 세리머니도 했다. 박찬호는 이범호 감독의 25번을 단 1년만 달고 다른 등번호로 교체한 상태다. 당시 이범호 감독에게 따로 양해를 구했다는 게 구단관계자 설명이다.
그럼에도 박찬호는 “현역 시절 같이 선수생활을 했고, 등번호를 넘겨준, 이벤트까지 해준 선배님이었다”라고 했다. 함께 현역 생활을 하던, 존경하던 대선배가 코치를 거쳐 감독이 되니, 박찬호로선 묘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최원준 역시 그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래서 박찬호는 이범호 감독이 꼭 성공하길 바란다. 박찬호의 도움이 필수다. 2년 연속 3할에는 큰 관심이 없고, 출루율을 높여 팀에 좀 더 공헌하고자 한다. 그리고 변함없이 안정된 수비, 빠른 발을 앞세운 주루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부상 부위는 다 나았다.
이범호 감독의 성공은 곧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박찬호는 자신이 3할을 치고 준우승하는 것보다 2할대에 머무르거나 경기에 못 나가도 우승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다시 한번 “감독님을 잘 지켜드려야 한다”라고 했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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