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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그 가치는 정말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한화 이글스는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라며 코리안 몬스터의 KBO리그 복귀를 공식화했다.
지난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의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은 입단 첫 시즌부터 '압권' 그 차제였다. 류현진은 다승(18승)-평균자책점(2.23)-탈삼진(204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데뷔 첫 시즌부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 그해 신인왕과 MVP 타이틀은 모두 류현진의 몫이었다. 이런 류현진에게 '2년차 징크스'는 찾아볼 수 없었고, 류현진은 7시즌 동안 무려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거뒀다.
7시즌 동안 100승에 가까운 성적을 남긴 류현진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고, 2012년 겨울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고, 빅리그의 문을 두들겼다. 그 결과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약 478억원)의 계약을 품에 안았다. 당시 다저스는 포스팅 수수료를 포함해 류현진를 영입하기 위해 6173만 달러(약 819억원)를 들였다. 류현진은 어깨 관절 와순파열이라는 부상을 겪는 등 6시즌을 풀타임으로 뛰지는 못했지만, 빅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류현진은 다저스로 이적한 첫 시즌부터 14승을 수확, 이듬해에도 14승을 손에 넣으며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특히 2019시즌에는 29경기에 나서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는데, 평균자책점은 내셔널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해당되는 수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평가를 받기 위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으로 향했다.
당시 류현진을 향한 열기는 뜨거웠다. 1억 달러 이상의 '잭팟' 계약은 아니었지만, 류현진은 팀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면서도 '에이스' 역할을 해줄 선수를 물색하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1061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그리고 류현진은 이적 첫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의 성적을 손에 넣었고, 이번에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류현진은 2022시즌 초반부터 팔뚝(전완근)이 말썽을 일으켰고,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됐다. 그리고 1년 이상의 긴 재활을 거쳐 지난해 8월에서야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래도 마무리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류현진은 두 달 동안 11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고, 토론토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데 힘을 보탰다. 그리고 다시 한번 FA 자격을 통해 시장에 나오게 됐다.
류현진이 FA 자격을 얻었을 당시 가장 먼저 거론된 예상 행선지는 한화였다. 과거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했던 '약속' 때문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한화 복귀에 대한 약속은 유효하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메이저리그 잔류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좌완 투수 영입을 목표로 삼고 있던 뉴욕 메츠가 류현진을 주시했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류현진 측과 만남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최종 행선지는 빅리그 구단이 아닌 '친정' 한화였다. 한화는 2023시즌이 끝난 뒤 류현진과 꾸준히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미국 구단들과 계약 상황을 지켜보며 물 밑에서 기민하게 움직였다. 복귀 여부는 류현진의 몫이었지만, 한화는 코리안 몬스터가 복귀 의사를 드러낸다면 언제든 영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다. 그 결과 약 일주일 전부터 류현진과 구체적으로 교감을 갖기 시작했고, 22일 영입을 공식화했다.
일단 류현진은 이번 계약을 통해 KBO리그 역사를 새롭게 썼다. FA를 통해 두산 베어스로 복귀한 양의지의 4+2년 총액 152억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SSG 랜더스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김광현의 계약이었던 4년 총액 151억을 뛰어넘은 것. 그리고 계약기간 또한 8년으로 역대 KBO리그에서 탄생한 계약 중 가장 긴 계약으로 연결됐다. 특히 한화는 류현진이 '끝판왕' 오승환(삼성 라이온스)와 송진우의 기록을 넘어 KBO리그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우기를 희망하고 있다. 류현진이 '옵트아웃'을 선언하더라도 이 기간은 채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22일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손혁 단장은 "너무나 좋은 선수라서 오래 데리고 있고 싶었다"고 웃으며 "오승환 선수가 올해 2년 계약을 했는데, 이 계약이 끝났을 때 류현진의 6~7년째와 겹친다. 그리고 1~2년을 더 뛰면 송진우 선배의 기록도 넘을 수 있다. 이미 상징적인 투수지만, 우리나라에서 영원한 상징적인 투수가 한화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8년 계약을 맺은 배경을 밝혔다.
한화는 류현진을 영입하기 전 전력보강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한화는 FA 시장에서 4+2년 총액 72억원에 안치홍을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는 김강민, SSG 랜더스에서 스스로 방출을 희망한 이재원까지 베테랑 자원들을 영입하며 뎁스를 두텁게 만들었다. 여기에 류현진까지 더해지면서, 한화는 이제 5강은 물론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그만큼 빅리그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던 류현진의 복귀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KBO리그 판도가 바뀐 셈이다.
한화는 이번 계약을 통해 전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특급유망주'로 불리는 문동주와 김서현, 황준서에게는 둘도 없는 '코치'를 영입하게 된 셈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전해질 노하우는 17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까닭이다. 손혁 단장도 이에 대한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 가치는 정말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문동주, 김서현, 황준석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는 최근 '암흑기'를 보내며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그만큼 좋은 유망주를 많이 보유한 팀이 됐다. 시속 160km의 엄청난 볼을 뿌리는 문동주는 지난해 8승을 수확, 항저우 아시안게임(AG)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출전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고, 김서현은 데뷔 첫 시즌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재능 만큼은 문동주와 마찬가지로 '최고'로 손꼽히고 있다. 그리고 같은 '좌완'으로 류현진의 노하우를 쓸어담을 황준서도 있다.
대표적인 투수들이 문동주와 김서현, 황준서이지만,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투수 유망주들이 잘 성장한다면, 몇년 뒤 한화는 KBO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손혁 단장은 "우리가 하위권에 머무르면서 우리 선수들이 '우리는 좀…'이라는 생각을 가졌을 텐데, 이제는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며 "미국에서도 좋은 계약들이 있었는데, 이를 포기하고 와줘서 류현진에게 너무 고맙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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