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장)민기도 6선발로 생각하고 있죠.”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KIA 타이거즈의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 머물렀다.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어느 날 좌완 장민기(23)가 자신의 불펜 일정, 심지어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와의 피드백과 정리운동까지 끝낸 뒤에도 불펜을 떠나지 않았다.
‘과외 선생님’ 윌 크로우도 불펜에 없었는데 한참동안 불펜에 머무르며 쉐도우 투구를 이어갔다. 구단 훈련보조요원과 투구밸런스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중심이동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팔이 넘어가는 타이밍, 모양새 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사실 그날 장민기를 취재할 생각은 딱히 없었다. 투수들, 코치들 취재를 끝내고 철수하려고 하는데도 장민기는 계속 투구동작을 취했다. 훈련 보조요원이 한쪽에서 (정리의 의미로)땅을 고르든 말든 계속 심각한 표정이었다. 너무 심각한 표정이라 말을 걸 타이밍도 잡지 못했다.
정재훈 코치에게 물어보니 장민기가 고민이 너무 많다며, 조금 가볍게 대처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근본적으로 힘이 조금 떨어지는 약점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런 장민기를 멀리서 바라본 또 다른 KIA 코치들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스프링캠프는 훈련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고민과 대화의 시간이다. 말 그대로 오프시즌이다. 야구를 하는 게 아닌, 훈련을 통해 야구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선수와 선수, 선수와 코치가 대화할 시간이 길다. 마침 정재훈, 이동걸 코치는 유독 투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자신들만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투수들의 얘기도 한참 들어준다.
KIA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보면, 작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도 정재훈 코치와 장민기가 팔이 늦게 넘어오는 부분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한다. 큰 틀에서 보면, 캔버라에서도 여전히 교정하는 과정으로 읽혔다.
장민기는 용마고를 졸업하고 2021년 2차 2라운드 14순위로 입단했다. 2021시즌 21경기서 2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3.47을 찍고 더 이상 1군에서 이력을 남기지 못했다. 빠른 군 입대를 택했고, 2년간 상무에서 수련했다.
그런데 2군 타자들과 겨루는 상무에서 오히려 2021시즌 1군에서 뛴 성적보다 처졌다. 수치만 보고 해석하는 건 위험하지만, 뭔가 야구가 잘 풀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재훈 코치는 장민기가 6선발 자격이 충분하다며, 준비를 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25일 KT 위즈와의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열린 대외 첫 연습경기가 인상적이었다. 장민기는 선발 황동하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143km에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섞었다. KT가 베스트라인업은 아니었지만, 장민기는 2이닝 동안 KT 타선을 잘 눌렀다.
KIA 6선발 경쟁은 황동하가 가장 앞선 것으로 여겨졌다.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에서 스위퍼를 익혀왔고, 공 스피드를 올리면서 작년과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그러나 장기레이스에서 6선발을 한 명만 쓰는 건 불가능하다. 더블헤더 이슈 때문이라도 언제든 선발 등판 가능한 2~3명 정도의 6선발이 필요하다.
이범호 감독으로선 6선발이 필요한 날에 황동하와 장민기를 골라 쓸 수 있을 듯하다. 장민기가 이날의 좋은 흐름을 다음 등판으로 이어갈 것인지도 체크해봐야 한다. 이로써 넘치는 KIA 좌완 군단에 지켜봐야 할 또 다른 좌완 비밀병기가 탄생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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