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52km+RPM 2550' 김택연 압권투+양의지·강승호 홈런…그러나 소프트뱅크는 강했다, 두산 2-5 패배 [MD후쿠오카]

두산 베어스 김택연./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김택연./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양의지./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양의지./두산 베어스

[마이데일리 = 후쿠오카(일본) 박승환 기자] 두산 베어스가 소프트뱅크 호크스 1군과 스페셜 매치에서 1-2로 아쉽게 패했다. 스코어의 격차는 크지 않았지만, 경기 내용 측면에서는 소프트뱅크의 완승. 하지만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52억 포수' 양의지와 강승호가 아치를 그려냈고, '특급유망주' 김택연이 압권의 투구를 선보였다.

두산 베어스는 3일 일본 후쿠오카현의 후쿠오카 PayPay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스페셜 매치 맞대결에서 2-5로 패했다. 지난달 열린 연습경기에 이어 1군을 상대로만 두 경기 연속 패배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스프링캠프 때마다 소프트뱅크와 연습경기를 갖는 등 꾸준히 교류를 이어온 두산은 소프트뱅크의 초청으로 인해 PayPay돔에서 스페셜 매치를 가질 기회를 갖게 됐다. 이날 경기는 '정규시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수많은 관중들이 들어섰다.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3만 3000장의 티켓이 판매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두산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많은 두산 팬들도 PayPay돔을 찾았다.

당초 이승엽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치'를 제공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3만명 이상의 관중이 찾는 만큼 더 좋은 경기력,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베스트 라인업을 꾸렸다. 다만 지난달 29일 치바롯데 마린스 1군과 맞대결에서 선발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면서 단 한 번도 '실전' 경험을 갖지 못한 김재환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배려했다. 김재환은 오는 4일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일본 독립리그 구단과 경기에 출전할 전망이다.

이승엽 감독은 "소프트뱅크도 베스트 멤버가 나온다. 그래서 우리도 베스트가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프트뱅크의 타선은 정말 강하다. 모든 선수들이 다 잘친다고 봐도 된다. 아마 리그에서도 가장 타격이 좋을 것"이라며 "국내 최강의 팀과 견주어도 더 좋은 팀일 정도로 강하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경기를 통해 우리팀이 작년보다 힘이 많이 붙었는지, 성장을 했는지 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선발 라인업

두산 - 정수빈(중견수)-헨리 라모스(우익수)-양의지(포수)-양석환(1루수)-김민혁(지명타자)-강승호(2루수)-허경민(3루수)-김인태(우익수)-박준영(유격수), 선발 투수 곽빈.

소프트뱅크 - 카와무라 유토(중견수)-야나기타 유키(우익수)-콘도 켄스케(좌익수)-야마카와 호타카(1루수)-나카무라 아키라(지명타자)-이마미야 켄타(유격수)-이노우에 토모야(3루수)-미모리 마사키(2루수)-우미노 타카시(포수), 선발 투수 카터 스튜어트.

두산 베어스 곽빈./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곽빈./두산 베어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야나기타 유키./두산 베어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야나기타 유키./두산 베어스

▲ 소프트뱅크전 등판 희망했던 곽빈, 아쉬운 판정에 울었다

곽빈은 지난 1월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으로부터 소프트뱅크와 맞대결의 선발 등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당시 곽빈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일본 팀과 경기에서 부딪혀보고 싶다. 국제대회에서 일본 타자를 만나면 150km의 공을 던져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안타를 맞더라. 단순히 공만 빠르면 안 된다. 컨트롤과 여러 변화구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사령탑도 '토종 에이스'가 한 인터뷰를 접했고, 소프트뱅크와 맞대결에서 선발의 중책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곽빈은 1회 시작부터 선두타자 카와무라에게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맞으면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소프트뱅크의 '간판타자' 야나기타와 맞대결 중 1루 주자 카와무라가 2루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스타트를 끊었다. 이때 '곰탈여우' 양의지가 주자를 지우기 위해 공을 뿌렸고 '자동태그'로 불릴 만한 완벽한 송구를 선보였다. 타이밍상 아웃에 가까웠는데, 2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 '스노우볼'은 꽤 크게 굴러갔다.

곽빈은 야나기타와 이어지는 승부에서 볼넷을 내주며 1, 2루의 위기를 자초, 후속타자 콘도 켄스케에게 우익수 방면에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주게 됐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추가 실점은 없었다는 점. 곽빈은 후속타자 야마카와 호타카의 3루 강습 타구에는 허경민의 다이빙캐치 도움을 받았고, 이후 나카무라 아키라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이마미야 켄타-이노우에 토모야를 모두 버마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사령탑은 당초 곽빈을 2~3이닝, 50구로 예고한 만큼 에이스는 2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곽빈은 선두타자 미모리 마사키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우미노 타카시에게 좌익수 방면에 2루타를 내주면서 다시 한번 위기 상황에 놓였는데, 타선이 한바퀴 돌면서 재회한 카와무라를 중견수 뜬공, 야나기타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우며 예정된 투구를 모두 마쳤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양의지./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카터 스튜어트./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카터 스튜어트./두산 베어스

▲ 역시 152억 국가대표 포수

이날 경기 중반까지 두산의 공격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단연 양의지였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포수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양의지는 이날 소프트뱅크전에서 포수로 처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KBO리그로 복귀하면서 맺은 계약 이전까지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양의지가 실력으로 선보였다.

양의지는 1회부터 소프트뱅크의 '리드오프' 카와무라를 잡아낸 것처럼 보이는 완벽한 송구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양의지는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소프트뱅크 선발 카터 스튜어트를 상대로 팀 첫 안타를 신고하기도 했다. 스튜어는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으로 당시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계약금에서 이견을 보인 탓에 미국이 아닌 일본프로야구 무대를 밟은 선수. 지난해 최고 160km를 찍으며 3승을 수확,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다.

그리고 양의지는 4회초 제대로된 '한 방' 능력을 선보였다. 양의지는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바뀐 투수 스기야마 카즈키를 상대로 150km 몸쪽 직구에 방망이를 힘껏 돌렸다. '스윗스팟'에 맞은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담장 밖으로 향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았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날 두산은 클리닝타임까지 2개의 안타 밖에 생산하지 못했는데, 이 모든것이 양의지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김택연./두산 베어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야마카와 호타카./두산 베어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야마카와 호타카./두산 베어스

▲ 패배 속에서도 빛난 '특급유망주' 김택연, 국민타자 특급칭찬 이유 있었다

이날 두산은 좀처럼 소프트뱅크의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 양의지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빛난 선수가 있었다. 바로 김택연이다.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 혹사 논란이 있을 정도로 팀이 필요한 상황에는 언제나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몫을 완벽히 해내며 스카우들의 눈을 제대로 사로잡았고,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은 특급유망주다.

김택연은 '유이'하게 고졸 루키로 스프링캠프에 합류, 이승엽 감독의 눈과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연습경기에서 성적은 물론 훈련, 연습 태도도 매우 좋다는 것이 사령탑의 설명. 특히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리며 스타 플레이어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승엽 감독은 '씨가 다르다'라는 표현을 통해 김택연이 '슈퍼스타'가 될 자질을 보유하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택연은 1-2로 근소하게 뒤진 4회말 2사 1, 2루의 위기 상황에서 이병헌으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통산 218홈런을 기록 중이고 세 차례 '홈런왕' 타이틀을 품에 안은 야마카와 호타카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우며 실점 위기에서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택연은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첫 타자 나카무라 아키라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군더더기 없는 스타를 끊었다.

압권의 투구는 이후였다. 김택연은 이마미야 켄타를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고, 후속타자 이노우에를 상대로는 삼진을 솎아냈다. 이 삼진은 이날 두산의 투수들이 뽑아낸 첫 삼진. 스프리캠프 연습경기 때부터 고교 시절 최고 구속이었던 152km를 찍은 김택연은 이날 다시 한번 최고 152km의 강속구를 뽐냈다. 특히 중계화면에 나온 RPM(분당회전수)는 무려 2550에 달했다. 사령탑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셈.

두산 베어스 강승호./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강승호./두산 베어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카이 타쿠야./두산 베어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카이 타쿠야./두산 베어스

▲ '연습경기 타격감 절정' 강승호의 추격의 솔로홈런, 하지만 아쉬웠던 마무리

소프트뱅크의 마운드에 꽁꽁 묶이며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던 두산 타선이 점수를 추가한 것은 경기 막바지였다. 소프트뱅크는 8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4시즌을 뛰며 메이저리그 통산 18홀드 출신의 다윈즌 에르난데스를 투입했다. 여기서 선두타자로 나선 강승호가 에르난데스의 144km 바깥쪽 직구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강승호는 이번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내내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는데, 좋은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다. 강승호가 친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향해 쭉쭉 뻗었다. 소프트뱅크 중견수 카와무라가 타구를 끝까지 쫓은 뒤 점프 캐치를 시도했지만 타구를 잡아내기에는 역부족. 두산은 강승호의 솔로홈런을 바탕으로 소프트뱅크를 턱 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는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두산은 8회말 정철원을 투입했는데, 시작부터 나카타 케이스케와 이노우에 토모야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 3루 위기에 몰렸다. 이후 정철원은 마키하라 타이세이에게 병살타를 유도했고, 두 개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꿨다. 스코어는 2-3. 그런데 여기서 다시 한번 일격을 당했다. 대타로 들어선 일본 국가대표 포수 카이 타쿠야에게 솔로홈런을 허용, 점수차는 2-5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9회초 공격에서 점수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스페셜 매치는 소프트뱅크의 승리로 끝났다.

후쿠오카(일본)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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