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경쟁력 충분하다"
지난해 열린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번, 두산 베어스의 선택은 거침이 없었다.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두산은 인천고 출신의 김택연을 선택했다. 한화 이글스가 전체 1순번으로 황준서를 선택할 것이 매우 유력했기에 김택연이라는 '특급유망주'는 두산행이 확정적이었다. 이에 두산은 김택연만을 위한 특별 유니폼까지 제작했다. 그리고 두산은 김택연에게 황준서와 같은 3억 5000만원의 계약금까지 안겼다.
두산이 이렇게까지 김택연에게 '진심'인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김택연은 신인드래프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유는 2023 WBSC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에서 9일 동안 6경기에 나서 무려 247구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김택연이 짧은 기간에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공을 던졌던 것은 그만한 '실력' 또한 뒷받침이 됐던 까닭. 김택연은 6경기에 등판해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88이라는 '압권'의 성적을 남겼고, 두산이 큰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었다.
김택연은 두산의 선택을 받은 뒤 메디컬 테스트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프로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데 집중, 해가 바뀐 뒤부터 조금씩 투구에 나섰다. 그리고 아직 시범경기 일정도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김택연은 벌써부터 재능에 꽃을 피워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호주-일본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의 성적과 과정이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김택연의 연습경기 성적은 4경기에서 4⅓이닝 무실점.
김택연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 처음 마운드에 선 것은 지난달 17일 호주에서 열린자체 청백전이었다. 당시 김택연은 최고 149km의 빠른 볼을 앞세워 1이닝 동안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택연은 24일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과 맞대결에서는 삼진 세 개를 뽑아내며 이닝을 매조졌다. 그리고 27일 세이부 라이온스 1군과 승부에서는 최고 151km의 강속구를 바탕으로 또 한 번 무실점의 투구를 선보였다.
이승엽 감독은 "끝내기 상황이었는데, 정말 담대하게 던지더라. 어린 나이에 정말 많은 걸 갖고 있는 친구라고 느꼈다. 18세의 나이에 저 정도라면, 씨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 확실히 스타가 될 자질을 갖고 있다"고 극찬을 쏟아냈고, 세이부 라이온스의 1군 투수 코치를 맡고 있는 토요다 키요시 코치는 경기가 끝난 후 고토 코치에게 연락을 취해 "마지막으로 나온 투수(김택연)가 좋더라.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치고 들어오는 힘이 좋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김택연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훈련에 임하는 태도도 훌륭하다. 이승엽 감독은 "훈련과 경기를 하는 태도와 모습을 봤을 때 아직까지 흠 잡을 데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멘탈도 신인답지 않은 모습. 연습경기에서 좋은 성과에 들뜰만도 하지만, 그는 "지금은 시즌을 치르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지금 잘해도 조금씩 틀어질 수 있다. 홈런이든 안타든, 맞아서 실패하더라도 실패가 나중에는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 지금 많은 경험을 하겠다"며 반짝 성공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연습경기에서 이미 훌륭한 투구를 펼친 김택연이 제대로 실력을 증명한 것은 지난 3일이었다. 김택연은 소프트뱅크와 스페셜 매치에서 1-3으로 뒤진 4회말 2사 1, 2루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는데, 김택연의 투구는 환상적이었다. 김택연은 큰 위기에서 퍼시픽리그 홈런왕 3회 야마카와 호타카를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으로 포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5회에도 등판해 소프트뱅크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김택연의 탄탄한 투구는 소프트뱅크와 일본 언론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야마카와 호타카는 경기가 끝난 뒤 "초구 바깥쪽 직구는 볼의 스핀이 굉장히 좋았다. 효과가 있었다. 아주 좋은 투수"라고 극찬했다. '고졸 신인'이라는 취재진의 말도 믿지 못하는 기색. 그리고 일본 '닛칸 스포츠' 기자는 "정말 대단한 볼을 던지더라. 고졸 루키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 실력이라면 지금 당장 1군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 양의지는 김택연의 모습에서 '끝판왕' 오승환을 떠올리기도 했다.
두산은 지난해 '마무리' 때문에 크게 골머리를 앓았다. 시즌 초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던 홍건희가 끝까지 '뒷문'을 담당하지 못했고, 셋업맨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한 정철원 또한 신인왕을 품었을 때보다는 아쉬운 퍼포먼스를 남긴 까닭이다. 그리고 두산은 스프링캠프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를 정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김태견의 보직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양새. 이러한 가운데 '특급유망주' 김택연의 등장은 두산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바로 신인에게 뒷문을 맡기는 것이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에게는 벅찰 수 있지만, 실력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뒷문 경쟁에도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지난 3일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택연이가 마무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말들이 많은데, 나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한다. 신인이지만, 마무리는 잘하는 사람이 해야 된다.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연습경기이지만, 김택연은 4경기에서 4⅓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특히 김택연은 연습경기 내내 9회에 등판했고, 소프트뱅크 1군과 스페셜 매치에서는 9회 출격은 아니었지만, 소프트뱅크의 주전 선수들이 빠지기 전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지금의 흐름이 시범경기에도 이어진다면, 개막전 마무리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스프링캠프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선 만큼 김택연은 이승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선정한 캠프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김택연은 "전혀 예상도 못 했다. 앞으로 잘하라는 의미로 주신 걸로 생각하겠다. 캠프는 과정이다. 준비한 대로 잘 가고 있지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정규시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남은 과정도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두산의 뒷문 경쟁이 흥미롭게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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