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무안군유소년야구단 감독 "아이들과 함께 야구의 답을 찾는다"[일구일행인터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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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8만 야구 불모지에 핀 꿈나무들의 야구 열정
김동성 감독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저도 성장합니다!"

일구일행(一球一幸). 공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며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소년들. 바로 대한유소년야구연맹(회장 이상근) 소속 유소년야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공부하는 야구, 행복한 야구, 즐기는 야구'를 지향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2011년 문을 열고 한국 야구 유망주 육성 산실이 됐다.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 중인 왼손 투수 최승용을 비롯해 여러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며 한국 야구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 야구를 넘어 스포츠 전체에 좋은 모범사례가 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편집자 주)


김동성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감독. 
김동성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감독.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마이데일리 순창 = 심재희 기자] 전라남도 무안군은 인구 8만 명의 소도시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야구 열정'은 그 어떤 대도시보다 더 뜨겁다. 그 중심에 무안군 유소년야구단을 지휘하는 김동성(44) 감독이 있다. 야구 불모지에 가까운 지역에서 어린 야구 꿈나무들과 함께 뛰고 호흡하며 밝은 미래를 그린다. 일구일행 인터뷰 다섯 번째 초대 손님은 바로 김동성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감독이다.

◆ 무안에서 되찾은 야구인생 2막

김동성 감독은 전남 목포 영흥중과 영흥고를 졸업하고 2000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다. 선수 시절 포수로 뛰었던 그는 기량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꼈고, 지도자에 대한 꿈이 있어 2002년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서울·경기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코치로 생활했다. 2010년 결혼 이후에 다시 변신에 성공했다. 고향인 목포에 정착했고, 야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2016년은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됐다. 다른 일을 하면서 사회인야구를 병행한 그는 사회인야구 무대에서 만난 지역 선배 아들이 야구 선수가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틈틈이 지도를 했다. 그러다가 그 친구가 광주로 전학을 가는 상황을 맞았다. 목포 쪽에 초등학교 야구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야구에 재능이 있는 선수들도 제대로 된 팀이 없는 지역에 살다 보니 한계를 느끼게 됐다"며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가능성을 봤고, 스스로도 지도자로서 보람을 느껴 2016년 무안군 유소년야구단을 창단하게 됐다"고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지도자 꿈을 다시 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과 만남이었다. 그는 "유소년야구단 창단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중에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님을 만났다. 여러 가지 조언과 지원으로 새롭게 팀을 만들 수 있었다"며 "이상근 회장님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었다.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이 새로운 팀에서 함께 뛸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뻤다. 개인적으로도 야구에 열정적인 어린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게 됐다"고 밝혔다. 

김동성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감독이 인터뷰에서 지도자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성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감독이 인터뷰에서 지도자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아이들과 함께 야구의 답을 찾다

유소년야구단 어린 아이들을 지도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선수반과 취미반이 따로 존재하고, 나이도 다르고 야구에 대한 이해도도 차이가 난다. 감독의 '눈높이 교육'과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김 감독도 동감한다. 그는 "지도자로서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수들이 질문을 많이 하게 한다"며 "소통이 되어야 변화할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의 향상은 어린 나이 선수들에게 요구하기 힘들다. 선수들은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고 야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지도자와 소통하면 시나브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질문'의 중요성을 재차 이야기한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지금도 현역 지도자로 활동하시는 고등학교 시절 감독님께서 항상 저에게 질문을 많이 하셨다. '바로 대답을 안 해도 되니 생각해 보고 생각을 말하라'고 주문하셨다"며 "저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답을 찾고자 늘 생각했다. 감독님은 엉뚱한 대답을 해도 너그럽게 받아주시고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답을 찾아 주셨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아울러 "성인이 되고 지도자가 되니 질문하고 답하고 의견을 나누는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며 "아이들과 함께 야구의 답을 찾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다"고 힘줬다.

현재 무안군 유소년야구단은 4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수도권 팀들보다 적은 인원이지만, 인구 8만 지역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김 감독은 아이들의 뜨거운 열정만큼 무안군 야구 환경도 뛰어나다고 말한다. "무안군과 무안군체육회의 지원으로 학부모님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무안군에 인조잔디 유소년야구 전용 구장이 있을 정도로 시설이 좋다"며 "동계 훈련 때 서울 경기권 팀들이 많이 훈련하러 무안 쪽으로 내려온다. 자연스럽게 무안군 유소년야구단이 전력 점검을 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 실수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원이 다소 적은 지방 팀이라고 전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무안군 유소년야구단은 김 감독의 지휘 속에 매 대회 강호로 평가받는다. 어린 선수들이 함께 성장하면서 '원 팀'으로서 탄탄한 전력을 보여 준다. 지난해 5월 펼쳐진 제10회 국토정중앙 양구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서 대한유소년연맹 간판리그인 유소년리그 청룡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양구 대회 유소년리그 청룡 우승은 특별히 더 기억에 남는다. 감격스럽고, 정말 행복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이 특별히 지난해 양구 대회를 떠올린 건 바로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진기록을 만들며 정상 정복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조별리그에서 의정부시 유소년야구단에 졌다. 본선에 올라 결승까지 진출했는데 또 의정부시 유소년야구단을 만났다"며 "조별리그에서 패배로 저는 긴장을 좀 했다. 결승전에서도 고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눈빛이 살아 있었고, 정말 대단한 경기력을 보였다. 홈런 6개, 3타자 연속 홈런 등 진기록을 세우고 이겼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유소년리그 청룡 우승을 차지했다"고 기뻐했다.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과 함께 답을 찾았다는 부분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같은 대회 조별리그에서 이기지 못한 팀을 상대로 결승전에서 더 큰 승리를 거둔 원동력도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 늘 연구하고 생각한다. 야구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과 호흡하는 게 늘 어렵지만 재미있다"며 "아이들과 질문과 대답을 나누면서 얻는 게 정말 많다. 특히, 실수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결과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다"고 역설했다.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리드를 잘 따라 주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좋은 결과를 함께 만들어 지도자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경기 전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말한다. '지방 팀이라고 기죽지 말고 어깨 펴고 당당하게 하라'고 주문한다"며 "실수하고 지더라도 주눅들지 말고, 감독인 제가 책임을 지니까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알렸다. 또한 "어린 선수들은 실수를 두려워 하지 않고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경기를 하면 된다. 한 경기 결과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며 "실수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10년 뒤를 바라본다. 김 감독은 "유소년야구 꿈나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게 10년 정도가 됐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2016년 팀을 창단해 힘차게 전진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며 "어린 선수들의 야구 열정 덕분에 여러 장애물들을 슬기롭게 넘어선 것 같다. 아이들이 야구를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자 한다.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이 추구하는 '공부하는 야구, 즐기는 야구, 행복한 야구'를 실천하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야구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목표를 비쳤다.

끝으로 현재 무안군 유소년야구단이 즐겁게 야구를 펼칠 수 있는 건 여러 사람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팀 창단 초기부터 현재까지 큰 도움을 주시는 김대현·조성현 무안군 야구협회 역대 회장님들과 조성달 무안군 야구협회 회장님, 한정수·조관웅 무안군 체육회 이사님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며 "유소년야구단에 애정이 많으신 김산 무안군 군수님과 류춘오 무안군 체육회장님, 그리고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님께도 감사 인사를 올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동성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감독.
김동성 무안군 유소년야구단 감독.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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