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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꼭 티켓을 받아주겠다"
김광현은 17일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팀 코리아의 맞대결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다.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을 받은 까닭에 고척돔을 방문하게 됐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바로 '前 사령탑' 마이크 쉴트 감독과 만나기 위함이었다.
김광현과 쉴트 감독의 인연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시즌 31경기에 등판해 무려 190⅓이닝을 소화,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김광현은 그해 겨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했다.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었지만, 시기를 놓친다면 다시는 도전도 하지 못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찾아왔을 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결과 김광현은 2년 800만 달러(약 107억원)의 계약을 통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리고 당시의 사령탑이 쉴트였다. 쉴트 감독은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운 김광현에게 'KK'라는 애칭을 달아주기도 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김광현은 코로나19로 인해 정규시즌 개막이 밀리는 등 메이저리그 진출 첫 시즌부터 각종 악재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8경기(7선발)에 등판해 3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활약했다.
야구 외적으로 힘겨웠던 시즌을 보낸 김광현은 이듬해에도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선발로 시즌을 시작하게 된 김광현은 4월 3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29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5월(3패)에는 유독 승리와 연이 닿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7월에는 5경기에서 4승(1패)을 쓸어담으며 평균자책점 2.28로 최고의 한 달을 보내기도하는 등 27경기(21선발)에서 7승 7패 평균자책점 3.46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2021시즌 세인트루이스는 정규시즌 90승 72패 승률 0.556의 성적을 바탕으로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에 랭크됐고,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이렇게 쉴트 감독과 두 시즌 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많은 추억을 남겼던 김광현은 빅리그에서 선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으나, 통산 35경기(28선발)에서 10승 7패 평균자책점 2.97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뒤 SSG 랜더스로 복귀하게 됐다. 그리고 쉴트 감독과의 연인에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김광현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쉴트 감독과의 재회가 이루어졌다. 그것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 저변 확대의 일환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빅리그 경기를 치르는데, 이번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서울에서 갖게 됐다. 그리고 지난겨울 지휘봉을 내려놓은 밥 멜빈 감독을 대신해 쉴트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김광현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이날 김광현은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었다. 결과는 4이닝 동안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6실점(6자책)으로 썩 좋지 않았지만, 김광현은 경기가 종료된 직후 곧바로 옷을 갈아입었고, 아들과 함께 쉴트 감독이 있는 고척돔으로 달렸다. 김광현이 고척돔에 도착했을 당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던 까닭에 깊은 인사를 나누지 못했지만, 사령탑은 김광현의 모습을 확인한 직후 손을 흔들며 'KK'를 반겼다.
그리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가 종료된 후 쉴트 감독은 곧바로 김광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약 3년 만의 재회. 김광현은 쉴트 감독에게 진한 포옹을 안긴 뒤 "감독님께서 미국에서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김광현은 쉴트 감독에게 직접 준비한 선물까지 건넸다. 사령탑은 "내일(18일) 경기를 보러 와라. 표를 알아보겠다. 꼭 티켓을 받아주겠다"고 화답했고, 김광현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광현은 쉴트 감독에게 어떠한 선물을 건넸을까. 그는 "한국식 파이를 드렸다. 외국인 입장으로 한국에 온 선수들, 특히 미국인들이 건강식으로 견과류 등이 들어 있는 한국식 파이를 좋아하더라. 그래서 파이를 선물하게 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런 것들이 없다고 하더라"고 한국식 파이를 선물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쉴트 감독이 건넨 가벼운 '인사'였을 수도 있지만, 사령탑이 티켓을 제공만 해준다면 김광현은 다시 한번 고척돔을 찾을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김광현은 취재진으로부터 '티켓' 이야기를 듣자 활짝 웃으며 "시간이 된다면"이라고 말 문을 연 뒤 "어차피 (KBO리그는) 낮 경기인 것으로 알고 있고, 샌디에이고는 저녁 경기로 알고 있다. 경기를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사령탑을 만난 기분은 어땠을까. 그는 "감독님이 한국에 오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우연치 않게 만나게 돼 너무 반가웠다. 미국에서 첫 시즌을 경험하는 동안 감독님께서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라며 "'3년째에 계속 뛰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날 김광현은 '후배' 김하성과 고우석의 스승이 된 사령탑을 향해 "(김)하성이, (고)우석이 잘 부탁한다"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김광현은 후배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는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샌디에이고에 있는 후배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김)하성이와 (고)우석이가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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