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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약 4년 만에 고척스카이돔 그라운드를 밟은 김하성이 한국 팬들 앞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팀 코리아 또한 키움 히어로즈와 달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수준 높은 야구를 선보였다.
샌디에이고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팀 코리아와 평가전에서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 선발 라인업
팀 코리아 : 김혜성(2루수)-윤동희(우익수)-강백호(지명타자)-노시환(3루수)-문보경(1루수)-김주원(유격수)-최지훈(중견수)-김형준(포수)-김성윤(좌익수), 선발 투수 문동주.
샌디에이고 :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김하성(유격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타일러 웨이드(3루수)-잭슨 메릴(중견수), 선발 투수 조니 브리토.
▲ 힘이 너무 들어갔나? 문동주의 불안했던 출발, 가볍게 앞선 샌디에이고
이날 팀 코리아는 선발 투수로 문동주를 내세웠다. 류중일 감독은 일찍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라며 문동주와 곽빈을 각각 스페셜게임의 선발 투수로 내세울 뜻을 전했다. 문동주는 지난해 160km를 마크하는 등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도 류중일호가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힘을 보탰던 투수. 한국 야구의 '미래'와도 같은 만큼 샌디에이고와 맞대결에 문동주를 선발로 낙점했다.
그런데 메이저리거들과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너무나도 긴장을 했던 탓일까. 경기 초반 문동주는 '특급유망주'라는 수식어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투구를 펼쳤다. 문동주는 1회말 선두타자 잰더 보가츠와 맞대결에서 시종일관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려댔지만, 제구에 애를 먹으며 스트레이트 볼넷을 기록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문동주는 후속타자 타티스 주니어와 맞대결에서도 3B-2S의 풀카운트에서 볼넷, 후속타자 제이크 크로넨워스에게도 볼넷을 헌납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대량 실점 위기에 몰린 문동주는 샌디에이고의 '간판타자' 매니 마차도를 상대로 89.5마일(약 144km)의 커터를 위닝샷으로 선택, 삼진을 솎아낸 뒤 김하성까지 유격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어나온 주릭슨 프로파와 맞대결 중 주심의 얼굴을 직격하는 폭투를 범하게 됐고, 이때 3루 주자가 손쉽게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내줬다. 문동주는 프로파에게도 볼넷을 기록하면서 다시 흔들리는 듯했지만, 다행히 루이스 캄푸사노를 79.1마일(약 127.3km) 커브로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긴 1회를 마친 뒤 문동주는 드디어 안정을 찾았다. 문동주는 2회 타일러 웨이드를 좌익수 뜬공으로 묶은 후 '특급유망주' 잭슨 메릴을 유격수 뜬공, 보가츠를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군더더기 없는 투구를 보여줬던 만큼 1회의 투구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 그래도 문동주는 2이닝을 단 1점으로 막아내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 4년 만에 '친정'의 홈으로 돌아온 김하성, 역시 존재감 존재감 두드러졌다
2021시즌에 앞서 4+1년 최대 3900만 달러의 계약을 통해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김하성. 데뷔 초반에는 빅리그 선수들의 빠른 볼 적응에 애를 먹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하성은 2022시즌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 2023년에는 유틸리티 부문에서 아시아 내야수 역대 최초로 황금장갑을 품에 안으며, 샌디에이고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거듭났고, 약 4년 만에 '친정'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고척돔 그라운드를 밟게 됐다.
이번 겨울은 김하성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주전 유격수의 자리를 보가츠에게 넘겨준지 1년 만에 다시 '내야의 꽃'을 맡게 된 까닭. 그리고 지난해에는 '리드오프'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올해부터는 5번 타자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하성의 활약은 변함이 없었다. 김하성은 시범경기 11경기에서 8안타 1홈런 5타점 타율 0.308 OPS 0.925로 펄펄 날아올랐고, 이제는 정규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날 경기의 시작은 썩 좋지 못했다. 팀 코리아와 맞대결이지만, 고척돔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서 김하성은 1회초 1사 만루의 대량 득점 찬스에서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김하성은 문동주를 상대로 두 개의 볼을 골라내며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그리고 3구째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드는 94.1마일(약 151.4km) 포심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내밀었는데, 깎여 맞은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존재감을 뽐내는데 오랜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김하성은 1-0으로 앞선 3회 말 2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 바뀐 투수 원태인과 격돌하게 됐고, 1B-2S의 불리한 상황에서 4구째 90.7마일(약 146km)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 타구는 중견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됐다. 김하성의 안타에 고척돔은 첫 타석에 들어섰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세 번째 타석의 결과는 아쉬웠다. 김하성은 5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바뀐 투수 신민혁을 상대하게 됐고, 이번에는 6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높은 코스의 88.1마일(약 141.8km) 포심에 방망이를 내밀었으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최준용을 상대로는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돌아온 고척돔에서 첫 경기를 4타수 1안타로 마쳤다.
▲ "창피한 경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우려는 없었다
이날 류중일 감독은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빅리그 구단과 맞대결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승리보다도 창피만 안 당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대표팀이 아닌가. 대등한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혹시라도 크게 질까봐 걱정되지 않느냐'는 말에 "있죠. 창피 당하면 안 되지 않나"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특히 직전 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가 LA 다저스를 상대로 3-14로 완패했기 때문에 사령탑이 가진 부담은 더 커보였다. 하지만 사령탑이 우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팀 코리아는 1회 '에이스' 문동주가 세 개의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폭투로 너무나도 허무하게 선취점을 내준 채 경기를 출발했다. 하지만 이 실점이 팀 코리아의 마지막 실점이었다. 마운드는 그야말로 흠 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탄탄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에 앞서 여섯 명의 선발 투수를 경기당 3명씩 쪼개서 투입할 방침을 드러냈고, 문동주에 이어 원태인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원태인은 2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샌디에이고 타선을 틀어막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원태인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신민혁의 경우 2이닝 동안 2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퍼펙트' 투구를 펼치며 대등한 경기를 이어나갔다. 이어 불펜이 본업인 정해영이 한 개의 안타를 내줬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걸어 잠갔고, 최준용이 8회에 등판해 샌디에이고의 중심 타선을 묶어내며 릴레이 철벽투를 선보였다.
다만 타선의 활약은 조금 아쉬웠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단 4안타 밖에 터뜨리지 못했던 까닭이다. 빅리그 투수들의 수준 높은 투구에 애를 먹은 셈. 득점권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팀 코리아는 2회 문보경의 볼넷과 도루, 진루타로 만들어진 2사 3루를 비롯해 5회초 최지훈의 볼넷과 상대 폭투로 마련된 1사 2루, 7회초 문보경의 2루타가 배경이 된 1사 2루, 8회 2사 1, 2루, 9회 1사 1, 2루까지 다섯 차례의 기회가 있었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그래도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마운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메이저리거들과 맞대결을 통해 보여줬고, 비록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지만,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상대를 압박하고 득점권 찬스를 만드는 모습은 향후를 더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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