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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핀포인트로 가지 않는 공에는 용서가 없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G 트윈스와 '스페셜 게임' 맞대결에 유격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지난 2021시즌에 앞서 4+1년 최대 39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입성한 김하성은 데뷔 첫 시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볼과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 등으로 인해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KBO리그 시절 공격력 만큼은 인정을 받았던 선수였던 만큼 117경기에서 타율 0.202 OPS 0.622의 성적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하성은 2022시즌 '주전 유격수'로 150경기에 출전해 130안타 11홈런 59타점 12도루 타율 0.251 OPS 0.708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고, 급기야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비록 수상과 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선수 TOP 2에 해당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김하성은 잰더 보가츠의 합류로 인해 2루수로 포지션을 옮기게 됐으나, 오히려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게 됐고, 152경기에 나서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타율 0.260 OPS 0.749로 한 번 더 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꼽혔고, 유틸리티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황금장갑을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눈부신 활약 속에서 김하성은 어느새 수많은 구단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선수로 자리매김했고, 지금까지도 각종 트레이드설의 중심에 서 있다. 서울시리즈가 끝나기 전까지는 유니폼을 바꿔입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지만, 2024시즌이 종료된 후에는 뮤추얼(상호동의) 옵션을 거부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새로운 행선지를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올해 트레이드 마감 전까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하성에게는 올 시즌 성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하성은 올 시즌에 앞서 큰 변화를 맞았다. 바로 잰더 보가츠를 밀어내고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돌아오게 된 것. 게다가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던 타순인 리드오프에서 샌디에이고의 '중심'이 되는 5번 타순으로 이동하게 됐다. 하지만 이미 빅리그에 대한 적응을 마친 김하성에게 이는 걸림돌이 아니었다. 김하성은 시범경기 11경기에서 8안타 1홈런 타율 0.308 OPS 0.925의 성적을 거둔 후 서울시리즈 일정을 위해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하성은 지난 17일 팀 코리아와 맞대결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인 서울시리즈를 위한 시동을 걸더니, 18일 그야말로 폭주했다. 김하성은 첫 번째 타석에서부터 타격감이 대폭발했다. 김하성은 0-0으로 맞선 2회초 무사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LG 선발 임찬규와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77.9마일(약 125.4km)의 체인지업을 공략,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하성은 2-1로 근소하게 앞선 6회초 1사 1루에서 LG의 바뀐 투수 정우영과 맞대결을 갖게 됐다. 김하성은 이번에도 정우영을 상대로 7구의 끈질긴 승부 끝에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몸쪽을 파고드는 87.1마일(약 140km)의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내밀었다. 워낙 깊었던 공이었던 만큼 타격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김하성은 박병호(KT 위즈)가 자주 선보이는 특유의 타격폼인 방망이를 잡은 한 손을 놓으며 몸쪽 공을 퍼올리는 타격을 통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2점짜리 아치를 그려냈다.
김하성은 이날 샌디에이고가 뽑은 5점 중 4점을 책임지며 '원맨쇼' 활약을 펼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샌디에이고는 5-4로 LG를 무너뜨리며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스파링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게 됐다. 이날 무려 7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내는 역투를 펼친 임찬규는 경기가 끝난 뒤 취채진과 만남에서 김하성에게 맞은 홈런에 혀를 내둘렀다.
임찬규는 "나의 체인지업을 비롯해 변화구로 미국 선수들과 승부를 해보고 싶었는데, 결과가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최고의 선수들인 만큼 실투를 던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김)하성이의 경우 실투였다. 그만큼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실투를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역시 하성이를 비롯해 핀포인트로 가지 않는 공에는 용서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김하성을 리스펙했다.
이는 사령탑도 마찬가지였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김하성의 홈런은 정말 판타스틱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했다. 특히 타격의 접근 방식이 좋았다. 첫 홈런은 인내하면서 공을 기다리면서 어려운 공을 커트한 뒤 승부를 이어갔다. 자신의 역할을 잘해준 덕분에 경기가 잘 풀렸다"며 "김하성은 프로다. 친절, 겸손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두 개의 아치를 그려냈음에도 불구하고 김하성은 겸손했다. 어썸킴은 "어디서 치든 홈런은 좋다. 그러나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두 번째 홈런은 운이 좋은 홈런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말에 "특히 두 번째 타석이 운이 좋았다. 한국에서 뛰었을 때 상대했던 투수들이기 때문에 무엇을 던지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처가 잘 됐던 것 같다"고 답했다.
'스페셜 게임'의 일정을 모두 마친 김하성은 이제 20일 다저스와 개막전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한다. 김하성은 "한국팀들과 경기는 내게 좋은 경험이었다. 다저스와 정규시즌이 이제 정말 시작이기 때문에 오늘 괜찮았던 감이 시즌 때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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