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롯데 자이언츠 한현희./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3+1년 총액 40억원의 계약을 맺고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갖추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보내더니, 급기야 올해는 개막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모처럼 지갑을 열었다. 그동안 선수단 몸집을 줄이고 유망주들의 육성에 힘을 쏟던 롯데의 기조에 변화가 순간이었다. 롯데는 4년 총액 80억원을 통해 유강남, 4년 50억원에 노진혁까지 영입하며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은 포수와 유격수를 보강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여기서 롯데의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이미 130억원을 사용한 롯데가 3+1년 총액 40억원에 한현희까지 영입한 것이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영입. 롯데는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 박세웅, 나균안, 이인복까지 5명으로 구성된 선발 자원을 갖춘 상황이었다. 물론 투수는 '다다익선'이지만, 한현희의 영입은 분명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택이었다. 물론 넥센-키움 히어로즈 시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65승 43패 105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의 성적을 남길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만큼 롯데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롯데 유니폼을 입은 한현희의 첫 시즌은 분명 실망스러웠다. 한현희는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첫 등판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5⅓이닝 4실점(4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5이닝 5실점(5자책)으로 부진했고, 세 번째 등판에서도 4이닝 5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네 번째 등판에서 불펜으로 나선 한현희는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다시 선발로 기회를 받았으나, 끝내 반등하지 못한 채 4월을 2승 2패 평균자책점 7.17로 마쳤다.
롯데 자이언츠 한현희./롯데 자이언츠
한현희의 투구 내용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5월이었다. 한현희는 5월 첫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더니, 4번의 등판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1.64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이는 반짝이었다. 한현희는 6월부터 다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기복이 있는 피칭을 거듭했다. 그나마 9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경기(2선발)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48의 성적을 남긴 것이 2024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위안거리였다.
선발로 평균자책점 5.11, 불펜으로도 평균자책점 7.13로 부진한 한현희는 총 38경기에서 6승 1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45의 최악의 한 해로 이어졌다. 한현희가 두 자릿수 패배와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개인 커리어 처음이었다. 그리고 12패로 KBO리그 10개 구단 투수들 가운데 '최다패'의 불명예까지 떠안게 됐다. 많은 옵션을 통해 보장되는 금액의 비중을 크게 낮췄다고 하더라도, 롯데의 투자는 분명한 실패였다.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지만, 김태형 감독은 한현희에게 다시 한번 선발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SSG 랜더스를 상대로 나선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함께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던 이인복에게 바통을 넘겨받았다. 당시 이인복은 4이닝을 1실점(1자책)으로 막아내며 5선발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모습을 만들었던 상황. 여기서 한현희는 2⅔이닝 동안 3실점(3자책)으로 무너졌고, 더 이상 등판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리고 개막전 엔트리에서도 빠지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 한현희./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23일 롯데 사령탑으로서 데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엔트리 한두 자리를 놓고 고민을 했다. 한현희는 일단 좌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모습이 현재 엔트리에 들어와 있는 투수들보다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아서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어차피 개막 시리즈에서 뛸 일이 없는 나균안과 이인복을 제외한 12명의 엔트리를 구성했지만, 여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즉 롯데의 14번째 선수에도 포함되지 못한 것.
김태형 감독은 "본인 입장에서는 준비도 많이 하고 아쉬울 것"이라면서도 "다시 기회가 갔을 때 그것을 잡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더 준비를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름값'과 그동안의 '커리어'로 선수를 기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사령탑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한현희는 물론 현역 홀드 1위에 올라있는 진해수 또한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게 됐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가장 좋은 불펜진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리고 지난 겨울 불펜 뎁스를 강화하면서 마운드는 더욱 탄탄해졌다. 이제는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1군 엔트리에 합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개막 엔트리를 구성하는 단계에서 풍족한 마운드 덕분에 김태형 감독은 고심에 빠지기도 했다. 실력으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투수들의 경우 1군 엔트리의 좁은 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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