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이미 홈으로 뛰고 있었다.
지난 2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개막전. KIA가 3-2로 앞선 1회말 1사 1루서 이우성(31)의 안타 이후 더블스틸이 나왔다. 키움 선발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황대인에게 초구를 던질 준비를 하는 사이 1루 주자 이우성과 2루 주자 김선빈이 곧바로 뛰었다. 후라도의 초구가 커브였으니, KIA가 이미 키움 배터리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더 놀라운 장면은 그 다음에 나왔다. 황대인이 3루 방향으로 느리게 굴러가는 땅볼을 쳤다. 키움 3루수 송성문이 잡고 1루에 던져 황대인은 아웃. 3루 주자 김선빈의 득점은 키움도 봉쇄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2루 주자 이우성마저 홈을 파고들었다. 경기초반 흐름을 KIA로 가져가는, 결정적 득점이었다.
키움 1루수 최주환의 일명 ‘패대기 송구’가 나왔다. 그러나 기록원들은 최주환의 실책을 선언하지 않고 황대인에게 2타점을 줬다. 느린 그림으로 다시 보면, 이우성의 스타트가 굉장히 빨랐다. 송성문이 1루에 송구할 때 이미 3루를 돌기 직전이었다.
최주환이 패대기 송구를 한 건 이우성의 기민한 움직임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포수 김동헌이 포구 자세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경기를 중계한 MBC스포츠플러스 박재홍 해설위원이 지적한 대목이다.
결국 이우성의 주루가 최주환의 패대기 송구를 유도한 셈이다. 최주환이 정상적으로 송구해도 이우성이 1루에서 세이프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 정도로 이우성의 주루가 좋았다. “우성이가 덩치가 이래서(?) 그렇지 은근히 발도 빨라요”라는 전임감독의 말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실제 전임감독은 이우성의 야구센스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몇 차례 칭찬했다. 주루와 수비가 최상위급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비슷한 덩치들 중에서는 최상위급인 게 맞다. 이우성으로서도 황대인의 타구가 잘 맞았다면, 그래서 타구속도가 빨라 송성문이 곧바로 수습해 아웃카운트를 올렸다면 3루애서 홈까지 달릴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송성문은 빗맞아서 느려진 타구를 수습하기 위해 홈플레이트 쪽으로 달려나간 상황이었다. 2루를 밟고 3루로 가던 이우성은 타구의 성격과 3루수 움직임을 정면에서 체크할 수 있었다. 여기에 조재영 3루 코치의 사인도 있었을 것이다.
이범호 감독도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일찌감치 이우성을 주전 1루수로 낙점했다. 공수주 모든 부문에서 평균 이상을 해내는 팔방미인을 벤치에 썩혀둘 이유가 없다. 나성범의 재활기간에만 일시적으로 외야수로 뛸 뿐, 나성범이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1루수로 뛸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럴 경우 황대인과 시간을 나눌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KIA는 이우성의 센스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타석에서도 5타수 2안타 1득점. KIA의 복덩이가 따로 없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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