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기다린 '몽골 청년'의 '코리안 드림'...우승까지 갈 수 있을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안산 유진형 기자] OK금융그룹이 8시즌 만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OK금융그룹은 25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PO 2차전에서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0(25-15 25-15 25-19)으로 완파하고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OK금융그룹은 시즌 막판까지 우승을 다투던 강력한 우승 후보 우리카드를 잡고 2015~2016시즌 이후 8시즌 만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게 됐다.

1차전을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다 풀세트 접전 끝에 힘겹게 승리한 OK금융그룹은 2차전에서 완전히 다른 전술로 나왔다. 팀 공격을 이끌던 레오의 공격 점유율을 낮추고 신호진, 송희채 등 국내 선수들을 적극 활용했다. 

바야르사이한이 레오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 KOVO(한국배구연맹)

강력한 서브로 우리카드 리시브 라인을 흔든 바야르사이한 / KOVO(한국배구연맹)

특히 올 시즌 합류한 아시아쿼터 선수 바야르사이한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날 경기에서 바야르사이한은 블로킹 2개, 서브 3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인 13점에 공격 성공률 66.67%로 팀 내 최다 득점을 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1세트 바야르사이한의 연속 서브였다. 1세트 13-13 동점 상황에서 10연속 서브를 기록했고 이 기록은 남자부 역대 PO 기준 최장 연속 서브 신기록이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맹활약한 바야르사이한은 지난 2017년 고등학생 시절 한국에서 배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고 순천제일고에서 배구하며 귀화 준비를 했다. 당시 외국 국적 선수가 한국으로 귀화하려면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기에 바야르사이한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인하대로 진학했다. 하지만 귀화 조건이 강화되며 꿈꾸던 V리그 입성이 힘들어졌다. 그런데 올 시즌부터 KOVO(한국배구연맹)에서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하며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레오의 물세례를 받는 바야르사이한 / KOVO(한국배구연맹)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은 바야르사이한 / KOVO(한국배구연맹)

그렇게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OK금융그룹 유니폼을 입은 바야르사이한은 팀 내 주전 미들블로커로 모든 경기를 소화했다. 바야르사이한은 V리그 입단하자마자 리그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가 됐다. 올 시즌 236득점에 세트당 블로킹 0.58개로 리그 전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최종 6라운드에서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세트당 블로팅 0.64개로 2위, 50득점(미들블로커 득점 3위)을 기록하며 OK금융그룹의 봄 배구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블로킹과 속공 모두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맹활약한 바야르사이한은 수훈 인터뷰를 마친 뒤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았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바야르사이한은 물세례를 받기 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피하려 했지만, 레오를 필두로 한 동료들이 가만두질 않았다. 시원하게 물세례를 받은 바야르사이한은 "우승으로 보답하겠다"며 두 팔 벌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고 팬들은 바야르사이한의 이름을 연호하며 축하했다.

힘겹게 V리그에 입성한 몽골 청년 바야르사이한이 우승과 함께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OK금융그룹의 승리를 이끈 바야르사이한이 PO 2차전을 마치고 물세례를 받고 있다 / KOVO(한국배구연맹)]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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