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인 하루였다"…'1525억' 리드오프 이정후 데뷔전부터 안타+타점 존재감 각인, 사령탑도 칭찬 아끼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 패배 속에 빛났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첫 안타와 첫 타점이었다.

이정후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데뷔전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까지 KBO리그 무대에서 활약했다. 2017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해 2023시즌까지 884경기에 출전해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타율 0.340 OPS 0.898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KBO리그 통산 타율 1위의 주인공이다.

이정후는 2023시즌이 끝난 뒤 공식적으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문을 두드렸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25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계약한 한국인 빅리거들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시범경기가 열리기 전 이정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패닉바이를 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시범경기 때부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시범 경기 13경기에서 12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 타율 0.343 OPS 0.911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잠시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지만, 복귀 후 2경기 연속 멀티히트 및 3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였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는 침묵했다.

이정후는 경기 하루 전날(28일) 결전의 땅 샌디에이고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바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데뷔전을 치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게티이미지코리아

출발은 좋지 않았다. 이날 경기 양 팀 통틀어 첫 번째 타자로 타석에 나온 이정후는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삼진으로 물러났다. 다르빗슈의 초구 95.1마일(약 153km/h) 포심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돌렸는데, 파울이 됐다. 이후 존 안으로 들어오는 2구 74마일(약 119km/h) 커브를 지켜봤다. 이어 다르빗슈가 94.9마일(약 152km/h)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다. 하지만 변화구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 존 안에 들어오는 포심패스트볼을 그대로 지켜보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3회초 이정후가 두 번째 타석에 나왔다. 1사 2루 득점권 기회였다. 이번에도 이정후는 신중하게 다르빗슈의 공을 지켜봤다. 다르빗슈가 5개의 공을 던질 동안 방망이를 한 번도 돌리지 않았다. 3B2S 풀카운트가 됐다. 그리고 6구 93마일(약 149km/h) 싱커를 공략했다. 100.4마일(약 161km/h)의 타구 속도로 타구가 나갔다. 하지만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정면으로 향했다. 1루수 직선타로 아쉽게 물러났다.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이정후는 5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데뷔 안타를 신고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차분하게 다르빗슈의 공을 봤다. 두 번째 타석과 똑같이 5구까지 모두 지켜봤다. 3B2S 풀카운트, 이번에도 다르빗슈의 6구는 94.8마일(약 152km/h) 싱커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정후가 받아쳐 외야로 타구를 보냈다. 중견수 잭슨 메릴이 공을 잡기 위해 글러브를 뻗었지만, 포구하기 전 바운드됐다. 이정후의 안타였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아버지 이종범 코치와 가족들은 이정후의 안타에 환호했다. 샌디에이고는 이정후의 첫 안타 공을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에 건네기도 했다.

이후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이정후가 도루를 시도했는데, 다르빗슈에게 걸린 것이다. 도루에 실패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정후는 7회초 첫 타점을 기록했다. 2-2로 팽팽하던 상황이었다. 1사 주자 1, 3루에서 샌디에이고가 일본인 좌완 투수 마쓰이 유키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정후는 2B2S에서 높게 들어오는 92마일(약 148km/h) 포심패스트볼을 공략했다. 이정후의 타구가 메릴을 향해 뻗어 나갔다. 이정후의 희생플라이 타점으로 샌프란시스코가 앞서갔다.

하지만 이정후의 데뷔 타점이 결승 타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7회말 샌디에이고가 곧바로 4점을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는 9회초 콘포토의 솔로 아치로 추격하려 했지만, 더 이상 점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샌디에이고에 4-6으로 무릎을 꿇었다.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활약을 어떻게 봤을까. 미국 매체 'NBS 스포츠 베이 아레나'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정후의 활약에 대한 멜빈 감독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했다.

멜빈 감독은 "상대하기 힘든 왼손 투수(마쓰이)를 상대로 희생플라이 타점을 기록했다. 우리가 리드하게 만들었다"며 "첫 경기에서 7회에 우리에게 리드를 가져다줬다. 생산적인 하루였다"고 밝혔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게티이미지코리아

한편, 상대 팀으로 만난 김하성도 3경기 만에 첫 안타를 터뜨렸다. 지난 20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와의 맞대결에서 7타수 무안타 2볼넷 1타점을 기록했던 김하성은 이날 경기에서 첫 번째 손맛을 봤다.

5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나와 로건 웹의 91.8마일(약 147km/h) 싱커를 공략해 중견수 이정후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마차도는 3루까지 갔다. 이어 주릭슨 프로파의 1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계속해서 루이스 캄푸사노의 안타로 만루가 됐는데, 타일러 웨이드가 1루수 땅볼로 타점을 올렸다. 김하성이 홈으로 들어왔다.

본토 개막전부터 코리안 빅리거들의 맞대결이 열렸는데, 나란히 안타를 생산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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