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맞을까봐 안 던지거든. 귀찮아 한다.”
LG 트윈스는 2023시즌에 29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었다. 그러나 KBO리그를 압도하는 확실한 에이스에 대한 갈증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새로운 1선발로 뽑은 외국인투수 디트릭 엔스(33)는 눈 여겨 볼 만하다.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서 6이닝 7피안타 4탈삼진 3사사구 2실점했다. 당시 3⅔이닝 6피안타 5탈삼진 3볼넷 5실점(2자책)에 그친 류현진에게 판정승했다. 그리고 3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6이닝 3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으로 포효했다. 2승 평균자책점 1.50. WHIP 1.00.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두 경기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6.6km까지 나왔다. 좌완이 140km대 후반을 찍는 건 위력이 있다. 하이패스트볼을 적절히 구사, ABS를 잘 활용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여기에 커터와 커브를 주로 구사하고, 익숙하지 않은 체인지업도 9.8%의 비율로 구사한다.
지난 2경기를 보면 좌타자 기준 바깥으로 도망가거나 우타자 기준 몸쪽을 파고드는 커터가 인상적이었다. 커브는 완급조절용으로 딱이다. 첫 경기서 류현진을 잡았고, 전력이 다소 약한 키움을 상대로 압도적 투구를 하면서 자신감도 상승했다.
KBO리그 적응이 끝난 건 아니지만, 순항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2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첫 등판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어쨌든 새롭게 KBO리그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첫 등판이 굉장히 중요하다. 첫 게임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KBO리그 적응 및 성공)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다. 과정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6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얻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염경엽 감독이 엔스를 좋게 바라보는 포인트는 체인지업 도전이다. 익숙하지 않은 구종을 익혀서 실전에 활용하려는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좌투수가 체인지업을 장착하면 우타자 상대가 좀 더 수월해진다. 좌타자에게도 써먹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염경엽 감독은 “본인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계속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사실 외국인투수들이 자기가 잘 던지는 구종만 던지려고 하지, 뭔가 새로운 걸 해보려고 하지 않는다. 엔스는 체인지업 비중이 거의 10% 가까이 된다. 다른 투수들은 맞을까봐 안 던지거든. 귀찮아 하고. 그런데 엔스는 굉장히 좋은 성격을 가졌다. 좋아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물론 체인지업의 비중을 좀 더 높이면 얻어맞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LG만큼 도전하기 좋은 팀도 없다. 탄탄한 수비에, 막강한 공격력까지. 야수들이 공수에서 자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이다.
엔스는 “감독이 그렇게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투수로서 항상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게 야구선수의 숙명이다. 항상 더 나아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 조금 더 완성형 투수가 되고 싶다. 다방면으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끝으로 엔스는 “여러 도움이 될 만한 무기들을 장착하면 좋을 것 같고 더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여유도 생긴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다른 걱정 없이 그냥 시도한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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