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초' 기록+FA 앞뒀는데 왜 이러나…'4G ERA 54.00' 롯데 필승조의 낯선 부진, 사령탑의 진단은?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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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구위, 구속은 괜찮은데…"

롯데 자이언츠는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팀 간 시즌 2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5-6으로 석패했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손에 쥐었던 경기였지만, 마운드가 이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특히 구승민의 부진이 치명적이었다.

패배는 언제나 적응이 되지 않고 쓰라린 법. 하지만 결과만큼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요소가 등장했다. 바로 구승민의 부진이다. 구승민은 지난해까지 통산 108개의 홀드를 수확하며 롯데 프랜차이즈 사상 첫 100홀드의 고지를 밟는 등 최다 홀드 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2020시즌부터 4년 연속 20홀드를 기록하며 안지만(前 삼성 라이온즈, 2012~2015년)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 기록을 만들어내는 등 현재 롯데 불펜진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인물이다.

구승민은 올해 KBO리그 역대 최초로 5년 연속 20홀드에 도전,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선수까지 앞두고 있는 만큼 남다른 동기부여를 갖고 시즌에 임했는다. 미국 괌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구승민은 "불펜 투수들은 다른 보직에 비해 빛을 못 보는 경우가 있다. '중간 투수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마무리 투수가 아니라도 '셋업맨'이 충분히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시즌을 시작했다.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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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스프링캠프는 물론 시범경기 때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좋았다. 구승민은 올해 시범경기 4경기에서 3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사사구 없이, 2피안타 무실점의 성적을 남겼다. 그런데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악몽의 시작은 지난달 24일 SSG 랜더스와 개막 시리즈였다. 당시 구승민은 0-2로 근소하게 뒤진 7회 마운드에 올랐는데, 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3자책)으로 무너지면서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달 26일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는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 최준용에게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당시에도 아웃카운트 1개밖에 잡아내지 못한 채 2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31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도 제구에 난조를 겪으며 ⅔이닝 동안 1피안타 3볼넷 2실점(2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롯데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할 때에도 매년 20홀드를 수확하며 제 몫은 해줬기에 세 경기 연속 투구 내용은 분명 낯설었다.

지난달 30일 사직 NC전에 앞서 김태형 감독은 구승민에 대한 질문에 "구위도 구속도 나오는데, 본인이 좋았을 때 던지던 것과 공을 그냥 밀어던지는 것이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속도 평소와 다르지 않게 나오고 구위도 나쁘지 않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구승민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로 실밥을 강하게 채지 못한다고 봤다. 사령탑의 눈에는 구승민이 볼을 밀어서 던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두 경기 부진 속에서 구승민은 다시 한번 팽팽한 접전 상황에 등판했는데, 이날 투구 역시 좋지 않았다. 롯데는 경기 초반부터 한화 선발 문동주를 공략하는데 성공하며 초반 흐름을 잡았다. 하지만 5회말 '사직예수' 애런 윌커슨이 요나단 페라자에게 동점 스리런홈런을 맞으면서, 경기 중반부터 양 팀은 팽팽한 흐름의 양상을 보였다. 롯데는 윌커슨이 임무를 다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전미르가 바통을 이어받아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한화의 흐름을 끊어냈는데, 문제는 7회였다.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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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어떻게든 경기를 잡아내기 위해 7회 '필승조' 구승민을 투입했다. 그런데 믿었던 구승민이 또다시 무너졌다. 구승민은 등판과 동시에 선두타자 문현빈에게 2루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맞으며 이닝을 출발, 후속타자 페라자와 6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으나, 132km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서 채은성에게 초구 142km 직구에 1타점 2루타를 내주면서 한화 쪽으로 분위기를 넘겨주게 됐다.

등판 직후 세 타자 연속 안타를 맞은 구승민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고, 고전은 이어졌다. 구승민은 노시환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아웃카운트를 만들지 못하고 강판됐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상수는 안치홍을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돌려세웠지만, 3루 주자가 홈을 파고드는 것을 막아지 못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2사 3루에서 하주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가까스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롯데는 9회초 공격에서 한 점을 쫓았지만, 끝내 흐름을 뒤집지 못하며 패했다.

4일 경기 종료 시점까지 구승민의 성적은 4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54.00으로 바닥을 찍었다. 물론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슬럼프에 빠질 때가 오기 마련이다. 구승민 또한 항상 힘겨운 시기를 이겨내고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다. 하지만 올해의 부진은 너무 이른 시점에 찾아왔다. FA를 앞두고 있는 만큼 반등을 위해 몸부림을 칠 테지만, 긴 등판 간격 속에서도 좀처럼 좋았을 때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구승민의 부활이 절실한 롯데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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