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할? 못쳐도 돼요.”
타이거즈 특급이자 수비왕,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29)는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규정타석 3할을 작년에 한 번 해봤으니,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골든글러브도 받으면 좋지만, 받고 싶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정말 3할과 골든글러브 수상에 욕심이 없을까. 박찬호는 마음을 비운 것 같다. 그리고 팀에 더더욱 헌신하기로 했다. 올 시즌 모토는 출루다. 올 시즌 타순은 리드오프 혹은 9번이나 2번. 밥상을 부지런히 차리고 부지런히 뛰고, 동료들의 한방에 득점하는 게 KIA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세상사가 그렇다. 마음을 비워야 일이 어느 정도 풀린다. 그래서일까. 타율에 대한 욕심을 버렸는데 개막 후 9경기 타율이 38타수 14안타, 0.368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중 팀에서 가장 높은 타율이며, 하재훈(SSG 랜더스)과 함께 리그 공동 6위다.
시즌 초반이다. 표본이 적어 애버리지도, 순위도 언제든 큰 폭으로 요동칠 게 확실하다. 그러나 고타율,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타자는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기 마련이다. 박찬호로선 지금부터 ‘진짜’ 마음을 비워야 할 시기에 들어선다고 봐야 한다.
이범호 감독은 시즌 초반 박찬호의 마인드를 칭찬했다. 출루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하니 “타율도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결국 공을 잘 봐야 출루율이 높아지고, 그래야 애버리지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실제 출루율도 0.400으로 팀내 3위이자 리그 22위로 괜찮다.
지난 1~2년을 통해 박찬호는 자신만의 타격 자세, 기술을 확실하게 갖췄다고 봐야 한다. 더 이상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내지도 않고, 체력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수비는, 이젠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사실 시즌 초반 3루수 김도영과 2루수 김선빈의 실책이 적은 편은 아니다. 박찬호는, 그런 두 사람의 심적 부담까지 덜어줄 수 있는 존재감이 있다. 4일 수원 KT 위즈전 8회말 아웃카운트 3개를 홀로 책임진, 그것으로 말 다했다.
두 번째 3할 타율 달성과 함께 또 하나 마음을 비운 골든글러브. 이 또한 박찬호의 말과 달리 강력한 수상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시즌 초반 국내 유격수 1인자 오지환(LG 트윈스)의 방망이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대신 박찬호와 함께 박성한(SSG)의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다. 물론 현 시점에서 개인상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니, 이건 정말 신경을 안 쓰는 게 맞다.
그럼에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박찬호의 진심이다. 그는 캔버라에서 “우승할 수 있다면 주전으로 안 뛰어도 된다”라고 했다.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연봉만큼 중요한 가치가 우승이다. 박찬호는 우승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기로 했다.
언행불일치를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말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말과 반대로 가는 ‘성숙한 청개구리’ 박찬호의 2024시즌 출발이 매우 좋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