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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김택연./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김택연./두산 베어스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예방주사를 센 거 맞았습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번에서 큰 고민 없이 김택연의 이름을 호명했다. 인천고 시절부터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면서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김택연의 가치는 2023 WBSC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에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당시 김택연은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설 정도로 팀이 필요할 때면 항상 마운드에 올랐고, 6경기에 등판해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88이라는 압권의 성적을 남긴 까닭이다. 이에 두산은 김택연에게 전체 1순위 황준서(한화 이글스)와 같은 3억 5000만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프로의 벽은 높다고 하지만, 김택연의 재능은 분명 남달랐다. 김택연은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의 청백전을 시작으로 일본 미야자키 연습경기에서 연일 역투하며 사령탑은 물론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지난 1월 27일 세이부 라이온스와 연습경기에서 최고 151km의 강속구를 바탕으로 무실점 투구를 펼친 결과 토요다 키요시 1군 투수 코치에게도 특급 칭찬을 받았다. 토요다 코치는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치고 들어오는 힘이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택연은 지난달 4일 일본 후쿠오카현 PayPay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스페셜 매치에서 개인 최고 구속인 152km의 빠른 볼을 앞세워 1⅓이닝 동안 투구수 15구, 무실점의 퍼펙트 투구를 뽐냈다. 당시 김택연은 퍼시픽리그 '홈런왕 3회'의 야마카와 호타카를 범타로 돌려세웠는데, 경기가 끝난 뒤 야마카와는 "아주 좋은 투수"라며 '고졸 신인'이라는 말에 "이제 졸업했다고요? 정말요?"라며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극찬은 이어졌다. '152억 포수' 양의지는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김택연과 호흡을 맞춰보지 않았지만 "'(김)택연이가 마무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말들이 많은데, 나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한다. 신인이지만, 마무리는 잘하는 사람이 해야 된다.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잘 성장한다면 큰 무대에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택연이는 신인 같지 않다. 자신의 공을 (오)승환이 형처럼 던진다. 그냥 과감하게 (승부를) 들어가는데, 최근 본 신인 중에 최고의 투수가 아닌가 싶다"고 혀를 내둘렀다.
팀 코리아 김택연./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특히 김택연은 시범경기 3경기에서도 2홀드 평균자책점 '제로'로 자신의 재능을 맘껏 뽐냈고, 두산 유니폼을 입고 정규시즌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팀 코리아' 대표팀에서 서울시리즈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LA 다저스와 맞붙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당시 김택연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1B-2S에서 5구째 93.7마일(약 150.8km)의 직구를 던져 삼진을 뽑아냈고, 이어나온 제임스 아웃맨에게도 6구째 92.5마일(약 148.9km) 직구로 삼진을 솎아내는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이에 경기가 끝난 뒤 보러츠 감독은 "아웃맨이 와서 내게 말을 하기를 '(김택연의) 볼이 살아있더라. 그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공을 던졌다. 91마일(약 146.5km)의 공이 마치 95~96마일(약 152.9~154.5km) 처럼 느껴졌다. 김택연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한국 투수들의 재능은 매우 뛰어나다. 우완, 좌완을 가리지 않고, 제구력을 갖춘 좋은 투수들이 많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그런데 역시 연습-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달랐던 것일까.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된 이후 김택연에게서 한·미·일 사령탑, 코치, 선수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택연은 데뷔 첫 등판부터 매우 타이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는데, 1이닝 동안 2피안타 3사사구 2실점(2자책)으로 매우 아쉬운 투구를 남겼다. 평소와 달리 제구에 크게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KT 위즈를 상대로도 1이닝 2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좋지 않은 모습이 이어졌다.
결국 김택연은 지난달 29일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도 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1볼넷을 기록하며 불안감을 내비쳤고, 이튿날 1군에서 말소됐다. 어린 유망주가 2군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택연은 2군으로 내려간 뒤 첫 등판(2일)에서 고양 히어로즈를 상대로 1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4일에는 1이닝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투구 내용이 완벽한 편은 아니지만, 현재 1군 불펜의 난조가 심각한 만큼 조만간 1군의 부름을 받을 예정.
두산 베어스 김택연./두산 베어스
2024년 3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KBO리그 시범경기' 기아-두산의 경기. 두산 이승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이승엽 감독은 5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일단 김택연은 로케이션이 조금 안 된다. 어제(4일)도 1이닝 동안 사사구 2개, 투구수고 30구 정도가 된 것 같더라. 아무래도 영점을 못 잡는 것 같다. 마음 편하게 스트라이크만 던질 수 있으면 아주 좋은 투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공략하기 그렇게 쉽지 않은 투수"라고 신뢰를 드러내면서도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오히려 시즌 중반 중요한 시기에 부침을 겪는 것보다, 시즌이 갓 시작된 시점에서 크게 고전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것이 이승엽 감독의 설명. 사령탑은 "사실 시즌 초반에 이렇게 된 것이 팀으로나, 김택연에게나 더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서울시리즈까지는 엄정 엄청났었다. 그런데 시즌 첫 경기에서 손아섭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당황을 한 것 같다. 시범경기 때는 헛스윙이 나오던 볼이 맞았기 때문이다. 예방주사를 센 거 맞았지만, 앞으로 야구를 할 날이 너무 많은 선수"라고 농담을 하면서 루키의 복귀를 고대했다.
김택연은 흐름상 다음주 1군에 올라올 전망. 이 밖에 곧 1군 무대로 돌아올 선수들이 여럿 있다. 김명신, 홍건희 또한 김택연과 엇비슷한 시기에 부름을 받을 전망이다. 사령탑은 "오늘(5일) 명신이도 2군에서 던졌다. 현재 가장 빨리 오는 선수는 다음주 (김)명신이와 (김)택연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홍)건희도 이제 마지막 단계다. 내일(6일) 많은 투구를 해보고 대미지가 없으면, 다음주에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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