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가 올 시즌부터 야심차게 도입한 ABS(스트라이크, 볼 자동판정시스템)가 제대로 정착되기까지 심각한 진통을 겪는다.
KBO는 올 시즌부터 10개 구단의 홈구장에 ABS를 설치, 정식 운영에 나섰다. 자체 모의 테스트를 통해 ABS의 콜이 거의 오류가 없다고 확신했다. KBO가 조사에 착수했지만, 지난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NC 다이노스전서 터진 사건도 일단 문승훈 구심이 ABS 콜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으로 바라본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KBO가 ABS를 도입한 건, 그동안 스트라이크, 볼의 일관성 이슈에 대한 현장의 피로도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오심이 경기의 일부가 아닌 시대에서, 볼 판정에 대한 오심은 선수들도, 심판들도 피곤한 이슈가 돼 버렸다.
그래서 10개 구단 홈 구장에 똑 같은 기준으로 ABS를 설치했으며, ABS의 콜이 구심의 이어폰에 잘못 들어갈 가능성, 나아가 10개 구단에 확인 차원으로 배포한 태블릿 PC에도 잘못 전달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는 게 KBO의 입장이다.
그런데 이 공정성이 의심받는 실정이다. 현장에선 구장마다 ABS 설정 기준이 다른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1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작심 발언을 한 기본적인 이유다. 현장에서 이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구장마다 똑같다”라는 KBO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여기에 심판들의 판정 조작설까지 터졌다. 대구에 파견된 심판조장이자 이날 1루심으로 나선 이민호 심판이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 궁리는 그거 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한 건 충격적이다.
자신들의 대화가 SBS스포츠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는 걸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전 국민을 속일 마음으로 그랬던 것일까. KBO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성을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할 심판들이 판정을 조작하려고 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 가벼운 징계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다.
이쯤 되면 허구연 총재가 직접 챙길 필요가 있다. 그 누구보다 ABS와 피치클락 적용 및 일반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현장의 의견을 수용해 피치클락 페널티 시행을 내년부터 하기로 했지만, 그것 만으로 현장의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김태형 감독의 말대로 KBO가 현장의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리고 더 소통해야 한다. 허구연 총재가 직접 현장을 돌며 감독들, 선수들과 소통하면 어떨까. 구장 별 ABS의 설치 기준, 존이 다르다는 음모론에 대해서도 아니라는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할 필요는 있다. 현장에서 납득을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장도 큰 틀에서 ABS와 피치클락에 협조하고 따라야 한다. 김태형 감독의 14일 작심발언의 핵심은, ABS와 피치클락 자체가 야구의 일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야구에 ABS와 피치클락은 떼 놓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KBO리그 전체를 관장하는 KBO는, 선수와 팀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큰 틀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소비자들, 팬들이 KBO리그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야구산업의 시각에서 야구의 진행이 더 컴팩트하게, 더 공정하게, 더 익사이팅하게 이뤄지는 게 맞다. 인구절벽의 시기가 서서히 다가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현장도 자신들 중심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이런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요즘은 강산이 10년이 아니라 2~3년만에 팍팍 바뀐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기업과 사회도 시대에 맞게 변화와 적응을 반복한다. 야구라고 예외는 없다. 큰 틀에서, KBO의 방향성은 옳다. 단, 세부적인 방법론에서 현장의 동의를 얻고 귀를 기울이는 건 중요하다.
KBO가 이럴 때일수록 방향성을 확고하게 잡고, 신뢰성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허구연 총재가 직접 나서면 좋겠다. 한국야구의 10년, 20년 미래가 걸린 일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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