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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배우 박성훈이 싫어졌다는 시청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빌런 윤은성 캐릭터를 너무 잘 소화한 탓에 생긴 우스갯소리다. 박성훈은 단순 악역을 넘어 홍해인(김지원)을 향한 애정과 집착을 징그럽게도 잘 그려내고 있다.
지난주 방송된 '눈물의 여왕' 12회에서 윤은성(박성훈)은 홍해인이 자신을 백현우(김수현)로 착각한 것을 알면서도 차에 태워 납치했다. 또 할아버지 홍만대(김갑수)를 보여주겠다는 빌미로 저녁식사를 강요했다.
윤은성은 "나한테도 시간을 줘야지. 네가 나한테 갖고 있는 오해를 풀 시간"이라며 어린 시절 홍해인이 바다에 빠졌을 때 자신이 그를 구했다고 거짓말했다. 그러면서 "널 만난 것도, 널 좋아한 것도 다 내가 먼저였다"고 주장했다.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광적인, 애정을 갈구하는 눈빛 연기가 압권이었다.
시청자 반응도 폭발했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짜증 난다" "집착과 광기 그 자체. 소름이다" "재준아 꿈 깨고 나가라" "하도영 씨가 전재준 참교육 좀 시켜주세요"라는 분노 섞인 반응부터 "그 사고도 사실 재준이가 꾸민 거 아니냐"는 추측이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다.
재밌는 점은 본캐 박성훈도, 극 중 윤은성도 아닌 여전히 전재준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박성훈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눈물의 여왕' 촬영 현장에서도 재준 씨라고 불렸다. 전재준이 워낙 강렬해 본명을 잃어버렸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속 전재준은 윤은성과는 또 다른 온도의 빌런이다. 안하무인에 적록색약 콤플렉스까지 더해진 그야말로 무대포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을 지녔다. 전재준 특유의 유머 코드도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박성훈이 한 땀 한 땀 빚어낸 전재준은 자극적이고 섹시했다. 잊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전재준 이전에는 KBS 2TV '하나뿐인 내편' 장고래 씨가 있었다. 배우가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린다는 건 그만큼 강한 임팩트를 줬다는 뜻이다. 단순히 '소화를 잘했다'고 말하기엔 뉘앙스가 부족하다. 박성훈은 선역 장고래부터 악역 전재준까지 이름을 획득하며 넓고 깊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뛰어난 흡인력을 가진 배우지만, 그에게도 긴 무명 시절과 스스로 배우로서 자질이 있는지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했지만 그 후 3년 이상 일이 없었던 것. 박성훈은 단역·조연으로 시작해 드라마 '잘났어 정말' '쓰리데이즈' '육룡이 나르샤' '질투의 화신' '조작' '매드독' '흑기사' '리치맨' 등에 출연했다.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은 2018년 개봉한 영화 '곤지암'. 무려 데뷔 10년 만이다. 이후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 '저스티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출사표' '더 글로리' '남남' '유괴의 날' 그리고 '눈물의 여왕'까지 차곡차곡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성훈은 올 하반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2' 공개를 앞두고 있다. A+급 필모를 쓰고 있는 그의 연기에 물이 오르고, 자신감도 붙었을 터. 글로벌 대작에서 보여줄 또 한 번의 퍼포먼스에 기대가 쏠리는 건 당연하다. 이번엔 또 어떤 이름을 얻게 될까.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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