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고마워” 34세 FA 포수가 강정호 스쿨까지 다녀왔는데…강인권의 고백 ‘나의 숙제’[MD광주]

박세혁/NC 다이노스
박세혁/NC 다이노스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미안하고 고마워.”

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은 포수 박세혁(34)을 두고 위와 같이 얘기했다. 4년 46억원에 FA 계약을 한 선수를 사실상 백업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FA 계약자=주전’은 사실상 어느 프로스포츠에서나 통용되는 공식이다.

박세혁/NC 다이노스
박세혁/NC 다이노스

그러나 강인권 감독은 팀의 미래를 위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포수 김형준(25)을 주전으로 쓴다. 그렇다고 김형준을 의도적으로 아끼는 건 전혀 아니다. 일례로 김형준이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10회말 무사 1,2루 번트 수비 때 ‘옳지 않은 초이스’를 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 하나. 강인권 감독은 공식적으로 절대로 ‘주전=김형준, 백업=박세혁’이란 얘기를 하지 않는다. 김형준에게 느슨함을 주고 싶지 않고, 베테랑 박세혁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오히려 계속 건전한 긴장관계를 조성하려고 한다.

강인권 감독은 박세혁을 두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기용 이슈를 두고 “감독 스스로, 혼자서 풀어나갈 숙제”라고 했다. 물론 “내가 컨디션을 미리 감지할 수도 없고”라고 했다. 감독도 감독 나름대로 쉽지 않은 문제라는 얘기다.

강인권 감독은 2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서 오랜만에 박세혁을 기용했다.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엿새만이었다. 박세혁은 선발투수 카일 하트의 5회 5실점을 막지 못했고, 패스트볼도 범했다. 그러나 타석에선 4타수 1안타로 나쁘지 않았다. 불펜 투수들도 잘 이끌었다.

알고 보면 박세혁은 지난 겨울 ‘강정호 스쿨’을 다녀오며 배수의 진을 친 선수다. 지난해 88경기서 타율 0.211 6홈런 32타점 35득점 OPS 0.654로 좋지 않았다. 그러자 강인권 감독은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서 김형준을 적극 중용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올 시즌 박세혁의 타격은 확실히 괜찮다. 이날까지 11경기서 24타수 7안타 타율 0.292 2타점 1득점 OPS 0.707이다. 자주 못 나오는 걸 감안하면 호평 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강인권 감독은 박세혁이 흘리는 땀을 잊지 않는다.

박세혁/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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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권 감독은 “앞으로도 투수 성향, 컨디션에 따라 포수를 기용할 것이다. 시즌 초반에는 김형준을 주로 쓰지만, 체력 부담을 느낄 때가 올 것이다. 그렇지 않은 선에서 김형준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시즌 중반이 되면 박세혁의 출전 빈도는 분명히 높아진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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