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나를 지키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

나를 나답게! 자기방어 수업 | 저자: 박은지 | 창비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북에디터 = 이미연] “그럼 괴한을 만났을 때 싸워 볼 수 있어요?”

“무슨 소리예요. 그럴 땐 무조건 도망쳐야죠.”

복싱 체육관을 3년 넘게 다녔다고 하면 종종 받는 질문이다. 이 같은 질문은 대체로 꼬리에 꼬리를 문다. 처음에는 스파링(연습 경기)은 해 봤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누군가를 이겨 봤냐를 거쳐 괴한을 만나는 상황까지 나온다. 질문자는 멋진 답을 기대했겠지만 내 답은 늘 ‘아니오’다.

물론 복싱은 격투기 종목이다.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유용한 호신술이다. 하지만 내가 체육관에 다니는 목적은 소박하다. 더 살찌지 않고 체력을 키워 주면 그걸로 족하다. 원고 보느라 하루종일 앉아만 있으니 ‘어쨌든 움직였다’에 만족한 날도 많다. 전보다 체력은 늘었지만 누군가를 이길 만큼 실력 있지도 않고, 게다가 링 밖에서라면? 더더욱 힘들지 않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괴한을 만났을 때 무조건 도망이 답일까? 답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를 나답게! 자기방어 수업>의 박은지 저자는 “어떤 경우에는 정답인 것도 다른 경우에는 완전히 오답일 수 있다”(108쪽)고 말한다.

저자 설명에 따르면, 공격을 막는 방법에는 네 가지 행동 전략이 있다. 도망은 첫 번째 행동 전략인 ‘즉각적 후퇴’에 해당한다. 피할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좋다. 두 번째는 ‘긴장 감소’다. 상대의 흥분을 줄여 신체적 공격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단호한 주장·대항’이다. 단호한 눈빛과 자세로 내 의사를 표현해 상대가 ‘이 사람은 만만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방법이다. 네 번째 행동 전략인 ‘호신술’은 앞선 전략이 모두 실패했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내가 답한 도망이 어떤 상황에서는 답이지만 모든 상황에서 정답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상황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자기방어 방법을 이해하고 미리 연습해 봐야 한다”(6쪽)고 말한다. 나만의 대응 노트를 만들고, 상황극을 활용해도 좋다. 단순히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말이나 행동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불쾌하다’는 내 의사를 표현하기란 어렵다. 저자 역시 처음엔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책에서는 ‘자기’, ‘방어’, ‘훈련’이라는 세 주제로 자기방어를 다룬다. 나를 지키는 일의 시작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는 일’이라 설명한 점이 인상 깊다.

여러 상황을 예로 든 점도 장점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청소년기에 접할 수 있는 사례가 주로 나온다. 하지만 성인으로 바꿔 생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친구에게 비난받을 때, 밤거리를 혼자 걷는데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 같을 때, 모르는 사람에게 낯선 음식을 받았을 때 등 나 역시 접해 봤거나 주변에서 쉽게 접했을 상황이다.

“막을 수 없는 화재나 수해가 닥쳤을 때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재난 대비 훈련을 하는 것처럼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리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더라도 사람들은 평소 운동을 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실천하며 몸을 돌봅니다. 이것 또한 자기방어예요.”(6쪽)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호신으로써 자기방어를 떠올렸다. 책을 읽고 난 뒤 자기방어란 그 의미가 더 넓음을 알았다. 나를 지킬 일이 너무도 많은 요즘 이 책을 참고해 자기방어 훈련해 보시길 바란다. 물론 나부터!

북에디터 이미연 |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북에디터 이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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