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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LG 트윈스 디트릭 엔스는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4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투구수 105구,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KBO리그 진출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은 물론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와 함께 시즌 4승(1패)째를 손에 넣었다.
2023시즌이 끝난 뒤 총액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영입한 엔스는 시범경기 2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80로 활약하며 아담 플럿코를 대체할 외국인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시범경기에서의 좋았던 흐름은 정규시즌으로도 연결됐고,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데뷔전에서 6이닝 2실점(2자책),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서도 6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11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무실점을 기록하며 2승째를 수확했다.
세 번째 등판에서 엔스는 한차례 삐끗했으나, 이후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두 번의 등판에서 다시 기존의 모습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21일 SSG 랜더스를 상대로 5이닝 동안 8실점(8자책)으로 무너지더니, KIA를 상대로는 5이닝도 소화하지 못했고,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서도 5이닝 동안 7피안타 1볼넷 5실점(2자책)으로 무너졌다. 엔스가 갑작스럽게 부진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투구시 팔의 각도에 변화가 생겼던 까닭이다.
염경엽 감독은 10일 경기에 앞서 "시즌 초반에는 슬라이더와 커터, 우타자의 스윙을 이끌었던 것들이 안 나오고 있어서 이유를 찾아보니 팔 높이가 낮아졌더라"며 "컷 패스트볼이 맞으니, 이제 커브를 던지다가 팔이 내려오게 됐다. 커브의 겨우 팔 각도를 내리는 것이 공의 각도가 커진다. 그리고 커브를 스위퍼식으로 던져본다고 하면서 팔이 더 내려왔다. 그러면서 모든 구종의 각이 다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엔스에게 팔 각도 조정을 요청했고, 짧은 기간이지만 조정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마운드에 섰다.
엔스의 문제점 개선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엔스는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등 불운 속에서 한 점을 내줬지만, 최고 151km 직구(41구)를 바탕으로 커터(29구)-체인지업(22구)-커브(13구)를 섞어 던지며 KBO리그 무대를 밟은 이후 가장 많은 6⅓이닝을 소화, 5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롯데 타선을 단 1실점(1자책)으로 막아냈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이례적으로 코칭스태프를 향한 칭찬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사령탑은 "엔스가 선발로서 좋은 피칭을 해줬고, 특히 전력분석과 투수코치를 칭찬해 주고 싶다. 전력분석에서 피칭 디자인을 바꿔주면서 박동원이 좋은 리드를 할 수 있었다. 투수코치가 투수 플레이트를 3루로 조정하며, 체인지업의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여주고, 또 팔의 각도를 높여준 점 등이 주효하며 엔스가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다. 전력분석과 투수코치의 노력 덕분에 엔스가 오늘 좋은 피칭을 해줬고, 다음 경기도 기대가 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11일 경기에 앞서 다시 한번 엔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일단 눈에 띌 정도로 엔스의 팔 각도가 올라갔다는 것이 염경엽 감독의 설명. 그는 "(팔 각도가) 많이 올라갔다. 엔스도 의식을 하고 던졌다. 특히 투구 플레이트의 위치를 바꾸면서 반듯하게 던지던 체인지업을 투심처럼 던진 것이 효과를 봤다. 체인지업이 살아나면서 다른 구종들도 효과를 봤다"며 "(변화를 시도한 것은) 엄청난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있기 때문에 투구판을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엔스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지적해 준 전력분석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이러한 변화들을 잘 받아들인 엔스 모두가 기특한 염경엽 감독. 사령탑은 "엔스에게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쪽도 잘했고, 받아들이는 엔스도 마음속으로 받아들여져야 결과물이 만들어지는데 다 잘했다. 그리고 피칭 디자인을 통해 어떤 볼로 카운트를 잡고, 어떤 구종을 결정구로 사용할지 구분 지어 놓은 것을 (박)동원이가 잘 유도했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고 모두를 향해 칭찬을 쏟아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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