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2000년 이후 200승은 다르빗슈까지 5명에 불과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다르빗슈 유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99구,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으로 역투했다.
이날 다르빗슈의 등판은 일본에서는 큰 화제였다. 바로 미·일 통산 200승 달성을 앞두고 있었던 까닭이다. 일본 'NHK'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중계를 하지 않고 다르빗슈가 선발로 등판하는 샌디에이고의 등판을 집중 조명할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다르빗슈는 그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고, 일본 '야후'에 다르빗슈의 이름을 검색하면 '축포'가 터지는 이펙트가 나올 정도로 일본 열도는 들끓었다.
다르빗슈는 1회 2사 2루의 실점 위기를 무실점으로 극복하며 경기를 출발, 2회 선두타자를 내보냈으나, 매니 마차도-김하성의 환성적인 더블플레이에 힘입어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3회에도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애틀란타의 타선을 봉쇄하며 순항했다. 이날 다르빗슈의 투구는 경기 중·후반으로 향하면서 내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다르빗슈는 4회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더니, 5회 마이클 해리스 2세-잭 쇼트-제러드 켈닉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꽁꽁 묶으며 승리 요건을 손에 넣었다. 이어 다르빗슈는 6회 다시 한번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하더니,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마르셀 오수나-맷 올슨-올란도 아르시아로 이어지는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 시즌 4승(1패)째를 미·일 통산 200번째 승리로 연결시켰다.
이날 다르빗슈의 등판은 수많은 기록으로 연결됐다. 지난 201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빅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다르빗슈는 단 한 번도 4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기록한 경험이 없었는데, 지난 1일 신시내티 레즈(5이닝 무실점)-시카고 컵스(5이닝 무실점)-LA 다저스(7이닝 무실점)에 이어 이날 애틀란타 타선까지 묶으며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37세 이상의 선발 투수 중에는 메이저리그 역대 두 번째 기록으로 이어졌다.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르빗슈는 20일 등판 전까지 18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는 중이었는데, 이 또한 빅리그 커리어 '타이'에 해당되는 기록이었다. 다르빗슈는 이날 7이닝 무실점을 보태면서 25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개인 기록을 경신했다. 게다가 노모 히데오(201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미·일 통산 200승을 달성한 투수가 됐다. 이에 샌디에이고 구단은 "미·일 통산 200승, 축하해!"라며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내친김에 한술 더 떴다. 샌디에이고는 "지구를 탐험하기에는 너무 늦게 태어났다. 우주를 탐험하기에는 너무 일찍 태어났다. 다르빗슈의 투구를 보는 시간에 맞춰 태어났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렇게 할 정도로 다르빗슈가 위대한 업적을 쌓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 있다. 바로 다르빗슈가 통산 200승을 달성하면서 일본 '명구회'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점.
지난 1978년 설립된 명구회의 경우 아무나 가입을 할 수 없는 단체다. 투수로는 통산 200승, 타자로는 2000안타 이상을 기록한 선수 만이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투수 업제나 과거 20~30승 투수가 존재하던 시절과 달리 현대에서는 200승의 벽이 커졌다고 봐야 한다. 1999년까지는 2000안타 27명, 200승이 22명 탄생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2000안타가 33명인 것에 비해 200승은 다르빗슈까지 5명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투수는 200승이라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명구회는 2003년부터 250세이브를 수확한 투수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조건을 추가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성적을 기준으로 본다면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236세이브)와 '작은 대마신' 야마사키 야스아키(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 230세이브), 마스다 나오야(치바롯데 마린스, 222세이브)가 유력한 예비 후보이지만, 아직까지 250세이브의 고지까지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200승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직도 다나카는 200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다나카는 현재 197승을 기록 중. 어쩌면 다르빗슈보다 빨리 200승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극심한 부진 속에서 올해는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정말 큰 변수가 없다면 200승 달성 가능성은 높지만, 향후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만큼 명구회 가입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이러한 가운데 다르빗슈가 먼저 200승의 고지를 밟으면서 다나카 또한 의지를 불태웠다. 일본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다나카는 "터프한 우천취소 후 등판에도 불구하고 압권의 내용으로 미·일 통산 200승 달성을 축하한다"며 "다르빗슈에 이어 나도 200승을 달성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다르빗슈는 세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노모 히데오의 미·일 통산 201승과 구로다 히로키의 203승, 그리고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 최다승인 124승이다. 일단 올 시즌 내에 노모와 구로다의 기록을 넘어설 학률은 매우 높은 상황. 그리고 20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107승을 수확한 다르빗슈는 2023시즌에 앞서 6년 계약을 맺은 만큼 아시아 출신 최다 승리의 기록을 가져가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리빙레전드'가 아닐 수 없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