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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힘들었다면 거짓말" 마침내 홈 팬들 앞에서 터진 '대포'…하지만 '80억 포수' 유강남은 한 번을 웃지 않았다 [MD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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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마이데일리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하자"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은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3차전 홈 맞대결에 포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유강남은 지난 2022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를 떠나보낸 뒤 줄곧 '안방' 고민에 시달리고 있던 롯데는 매년 100경기 이상 포수마스크를 쓸 수 있고, 프레이밍 능력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유강남과 4년 총액 80억원이라는 계약을 맺었다. 특히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파워는 덤이었다.

하지만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첫 시즌 유강남의 성적은 분명 아쉬웠다. 시즌 막판 타격감이 회복되면서 스탯을 대폭 끌어올렸으나, 지난해 8월까지 유강남의 공격력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에 유강남은 지난해 시즌 막바지의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기 위해 겨우내 여유가 있을 때마다 방망이를 잡아왔고, 올해 미국 괌 스프링캠프에서도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김태형 감독이 '주전'을 못 박을 만큼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강남의 올 시즌 스타트는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았다. 유강남은 3월 7경기에서 타율 0.235를 기록하는데 그치더니, 4월 한 달 동안은 0.042로 크게 허덕였다. 4월의 경우 극심한 부진 속에서 '보름'이나 2군으로 내려갔다 오기도 했다. 부진을 거듭하던 유강남의 타격감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5월. 유강남은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10일 LG 트윈스와 맞대결까지 4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감을 찾아 나갔다.

감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첫 아치까지 그렸다. 비록 팀 승리와 연결되진 않았으나, 지난 1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유강남은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렸고,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경기도 있지만, 침묵이 오래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홈 팬들 앞에서도 유강남이 대포를 쏘아 올리며 팀 승리에 큰 힘을 보냈다. 승기에 쐐기를 박는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마이데일리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마이데일리

줄곧 침묵하던 유강남의 방망이가 폭발한 것은 8회말이었다. 4-1로 앞선 8회말 1사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2024년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전체 76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를 상대로 6구째 145km 직구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유강남의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고, 무려 170.2km의 속도로 뻗어나간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짜리 시즌 2호 홈런으로 연결됐다.

롯데는 유강남의 홈런을 바탕으로 KIA의 추격 의지를 꺾는데 성공했고, 6-1로 승리하며 주중 3연전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타선에서도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줬다"며 "유강남의 홈런 덕분에 안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유강남은 홈런 상황을 묻자 "처음 보는 생소한 투수였다. 처음 보는 투수의 경우 오히려 공격적으로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도 공격적으로 치려고 했다. 내게 계속해서 직구를 던지길래, 3B-2S에서 다시 직구를 던지지 않을까 생각했고, 직구 타이밍에 쳤다"고 말했다.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아 홈을 밟을 때까지 유강남의 얼굴에선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뒤에도 오히려 동료들이 유강남의 홈런을 더 기뻐해주는 모습. 지난해를 비롯해 올 시즌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그동안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이 나오지 않으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실 야구를 지켜보는 팬들보다 더 잘하고 싶은 게 선수의 마음이다. 유강남은 인터뷰 중 울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강남은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여러 가지 상황도 많았고, 이런저런 생각도 많았다. 어쨌든 생각을 해보니,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야구장에서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직 초반이지 않나. 오늘을 계기로 팬분들에 나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을 빨리 지우게끔 하나씩 차곡차곡 집중해서 해야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유강남은 "1, 2루 찬스를 살리지 못했던 것은 워낙 네일의 공이 좋았다. 거기까지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왜 못치지?'라고 하면 그 다음 타석에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못 쳤던 것은 빨리 잊고, 새로운 타석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홈런을 친 당사자보다 동료들이 더 좋아해줬던 유강남의 홈런. 지난 14일 KT전과 같았다. 유강남은 "그래서 더 감동이었다. 수원에서도, 사직에서도 나보다 다른 선수들이 많이 좋아해주고, 마치 본인의 일인것 처럼 해주더라. 팀 동료들에게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다. 내게는 그게 정말 큰 힘이 된다. 나 또한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날 결승타를 친 윤동희는 "(유)강남이 형이 다른 선수들을 많이 챙겨주신다.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겠지만, 같은 팀원이고 정말 잘하기를 바랐다"고 유강남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공격에서는 부진하고 있지만, 유강남은 올해 도루저지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까지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것을 완벽하게 보완한 셈이다. 21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유강남의 도루 저지율은 0.323(21회 중 10회 저지)으로 리그 3위에 랭크돼 있다. '강견'으로 잘 알려진 포수들보다 훨씬 앞서는 수치다. 그만큼 스프링캠프를 통해 약점을 메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았던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유강남은 도루저지율에 대한 질문에 "정상호 코치님과 캠프 때부터 열심히 했다. 그리고 좋은 결과들이 하나둘씩 나오다 보니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 일단 준비하는 동작을 많이 바꿨다. 항상 주자가 뛴다는 생각을 갖고 임하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현재 롯데는 '캡틴' 전준우와 정훈, 트레이드로 롯데로 이적한 손호영 등 전력의 주축이 돼야 할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 이에 중·고참급에 속하는 유강남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유강남은 "(전준우가) 다친 이후 잠실에서도 선수들과 미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형들이 빠지기 전에 내게 했던 이야기들이 있다. 그래서 더 파이팅을 많이 내려고 한다. 선수들이 주눅들기 보다는 더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면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분명 지금은 유강남의 성적은 기대 이하다. 하지만 아직 롯데는 44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앞으로 100경기를 더 소화해야 한다. 그 말은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날이 더 많다는 것이다. 유강남이 홈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 홈런을 바탕으로 반등할 수 있을까. 일단 신호탄은 쏘아 올렸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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